매화 아쉬움
김 익 택
그립다 말하지 말고
아쉽다 하지 마라
일 년을 기다려 피었어도
고작 보름
화사하다 아름답다
미친 듯이 좋아하는 사람들도
열흘 지나고 나면 시큰둥하다
꽃이 핀들
바람 불고
비 오고 나면
떨어져야 할 시간
짧아도 긴 여운은
오래 피어 남는 것이 아니라
모자란 듯 아쉬운 짧은 시간이다
봄이 오는 길목
김 익 택
찬바람 속에 숨어서
오는 봄은
움츠렸던 마음
잠깐 눈 붙이고
긴장 풀라고
기지개를 펴며 오고
하품을 하며 온다
남쪽 하늘에서
오는 봄은
땅이 제일 먼저 알아서
양지 쪽 논두렁 쑥 잎에서
아롱아롱 놀다 오고
민들레 노란 꽃
하양나비 날개를 타고
폴폴 춤을 추며 온다
바람을 앞세우고
조숙이 오는 봄은
숙녀 가슴을
오롯이 부풀려 놓고
숫 총각 휘파람 노래같이
뒤 담을 훌쩍 넘어 간다
그래서 3월에 피는 꽃은
김 익 택
3월의 그 기다림은
1,2월의 차가운 어둠을 견뎌낸
그 축복이다
그래서 3월에 피는 꽃은
아픔의 이유도
기쁨의 이유도 모르는
아이의 첫 울음같이
싱그럽고 활기차고 싱그럽고 반갑다
그래서 3월 피는 꽃은
애처로운 가운데 가엾고
가엾은 가운데 반가운
그 누구도 외면 할 수 없는
아름다운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3월에 피는 꽃은
세상사 모든 삶들에게
바람으로 인사하고 빛으로 웃는다
매화의 의미는
김 익 택
온 대지는
회색 빛
삭막한 한풍에
제 몸 부딪치며
아파하는
저 나무 가지의
꽃망울은
참았던 울음인가
기다림 웃음인가
한 장의 달력을 넘기며
김 익 택
힘들고 지겨운 하루도
즐겁고 신나는 하루도
영원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그런 날에
성큼 다가 온 봄은
미련 없고 후회 없이
3월 추월해 4월에 안착했다
산다는 것은
죄이면서 기쁜 것이 생명 의미일까
죽기 살기로 돋아나는
새싹들은
하나 같이
내일 죽어도 오늘은 활기차다
매화의 교훈
김 익 택
몸 늙어
허리 뭉개지고
팔다리 썩어 부러져
남은 것은
혼 뿐
죽어도 꼭 지키겠다는 약속같이
손 마디마다 터뜨리는 꽃 망울
애틋하게 저미고
안타깝게 여미는
빛과 향기
저렇게 싱그럽고
저렇게 향기로운 것은
삶의 고귀함
생명의 존귀함
천상의 가르침
그 밖의 또 무엇이 있을까
매화 유감
김 익 택
아 저 꽃
귀한 사랑
이제야 알겠다
삭막한 겨울 한복판에
꼿꼿이 서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향기로 인도하고
보이는 사람 그들에게
남녀노소
막론하고
고고한 멋
시선 사로잡는
찰칵거리는 스마트폰 소리
뭉쳐서 위대한 가창오리 비행 소리같이
아름답다
매화는 선구자 같이
김 익 택
야위어 말라가고 있는
키 작은 늙은 나무 한 그루
포동포동 살이 찐지
반세기 지난 60년
휘고 꺾이고 꾸부러지고
굴곡진 삶
살기 위한 몸부림의 흔적
한 폭의 풍경 그림이다
거친 껍질
속 썩은 그 나무는
아직 대지는 얼어
생명은 눈 감고
숨죽이는 시기
홀로 피어 빛과 향기
검은 세상에 퍼뜨리고 있다
늦 겨울의 질투
김 익 택
아직 봄바람은 차고
따사로운 햇살 모자라는데
얼른 핀 매화
늦겨울 질투에
감기몸살로 콜록 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