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의 단풍
김 익 택
가야 할 곳
정해져 있지만
떠나기 싫은 것은
나뭇잎도 마찬가지일까
저 산의 나뭇잎
소리 없어도
들리는 듯
노랑 빨강의 부르짖음
잘 살았다
즐거웠다
행복했다
그러니
아쉽다고
떠나는 가을은
김 익 택
모든 열매들
하나 남김없이
두고 떠나는
가을은
찬란한 슬픔을 남겨놓은
선물이다
지난 계절은
모두
가을을 위한 성찬
참 열심히 살았고
참 고생하면 살았다
내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
삶 아니다
모두
너를 위해
모두 거기 두고 떠날 뿐
내가 가지고 가는 것은
흔적 없는 빛과 바람 뿐이다
가을이 채찍을 하네요
김 익 택
바람이 부네요
빨리 가자고
채찍질을 하네요
기다리는 곳 없고
목적지도 없는데도
바람이 재촉하네요
날개 없는 구름이
대지를 스캔하고
태양이 마지막 입맞춤을 하네요
응달에 떨고 있는 삶들을
마지막 저 한 잎은
김 익 택
온다 간다
이 단어는 언제나 극적이다
아쉬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순간이며
시작과 끝의 순서이기도 하다
이 가을에 끝에서
간다는 것은
저 마지막 낙엽 하나의 옹고집은
사랑 아니고 의리 아니다
진리를 거부하는 것이다
낙엽의 환
김 익 택
씻어도 깨끗하지 않는
때 자국같이
잊어버릴 수 없는 기억들
길거리에서 수군거리고 있다
아름다웠던 시절 있었던가
무슨 죄를 지었던가
알 수 없고
소용없는 이야기들을
무엇으로 설명하고
무엇으로 위로 할 수 없어
애가 타
어두운 가로등 아래
모여 수군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