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닷가 바위 언덕에 피는 꽃
김 익 택
그 바람소리에
나리가 피고
그 파도소리에
수국이 피는 것은
잎새에 내린
아침이슬
목 적셔
신념으로 피고
바위틈 고인
빗물에 혀 뻗어
인내로 핀다
백련사 관음보살
김 익 택
가파른 바다
절벽 위
작은 집 백련사
파도가 갈 수 없는
다리 놓고 빌딩 지어
가진 자의 극락세계
그곳
부나비 환상같이
벌떼같이 모여드는
건너편 백사장
광안리 해운대를
귀 크고
눈 예리한
관음보살이
말없이 굽어보고 있다
자만심
김 익 택
그것 아세요
당신 머리 위 하늘에
가득했던 구름이
순식간에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는 것
내가 주인공이고
내가 최고다라는 생각
혹시 갖고 계시다면
생각을 바꾸세요
업보를 모르듯
전생을 모르듯
미래의 삶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오늘도 하루
열심히 살았다면
내일도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새 생명의 축복처럼
천둥 번개는
김 익 택
우르르 들소 떼가 몰려온다
산과들 강과 바다로
무지무식 무지막지하게
진실도 놀라고
진리도 놀라 뒤로 자빠질 만큼
위엄을 앞세우고
온 대지를 태워 버릴 듯
두 눈에 불을 번쩍거리며
고막이 터지도록
온 산하를 쩡쩡 울리며
양심을 가진 삶들에게
지난날 어떻게 살았는지
돌아보고 회개하라고
어둠 속에서 굉음으로
어둠 속에서 광풍으로
어둠 속에서 섬광으로
양심 깊은 곳에 숨은 거짓
들추기 전에
스스로 고백성사 하라고
들꽃에게 사과하다
김 익 택
아 그래
내가 너를 모르는데
네가 나를 어떻게 알까
무수히 밟고 다녀도
단 한번 미안한 맘 가지지 않고
발에 걸린다고 거추장스럽다고만 생각했으니
섭섭하기도 했겠고 미워도 했으리라
무시 조롱으로 받은 스트레스 어찌 다 말 할 수 있을까
결초보은
그 말
몇 천년 지난 지금
시로 살고
고사성어로 살아서
의리의 표본
삶의 교훈으로 면면히 전해오는데
자고로 삶은
수크렁들크렁 얽혀 살아도
결초보은 되새겨 반성해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