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의 수다
김 익 택
태양을 농축 시키고
비바람을 농축 시킨
빨간 나뭇잎이 웃고 있다
아파서 아름다운 얘기는
추억 속에서
행복하고 즐거운 얘기는
기억 속에서
아픔과 그리움들을
찾아낸 사람들이
그 나뭇잎을 보고
세상 안에 있어도
세상 밖의 이야기를 한다
참아서 아름답고
극복해서 행복한
지나간 빨강 노랑 검정 얘기들을
나무잎들은 깔깔대며
빈 하늘에 풀어 놓고 있다
붉은 잎
김 익 택
저 단풍 붉은 빛
울고 가는 뻐꾸기
울음 소리보다 슬퍼
온다 간다
기약 없이
부드럽다 푸르고
짙푸르다 붉은 빛
문득문득
생각나는 첫사랑같이
아쉽고 우울해
가진 것 다 주어도 모자라는
부모 심정
떠나고 난 뒤 그 빈 자리같이
온 몸 앙상해도
너를 위한 바람
활활 타오르는 불같이
가슴이 탄다
점점 붉어지는 나무 잎을 보면서
김 익택
정신 없어도
아들 이름을 부르는
어머니 같이
소리 없이 붉게 물드는
저 나뭇잎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기억 없어도 남은 흔적들
무엇인가 말하고 묻는 것이 있지
미워하고 오해하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그 모든 것들
살기 위한 몸부림
삶을 아끼고
사랑했다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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