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 지금 어디
김 익 택
바다로 떠난
기차를 타고
하늘로 떠난
배를 타고 가면
만날 수 있을까
저 산
흰 구름 위에
하늘 끝 너머
별을 지나서 어둠을 뚫고
그 어디에
떠나도 내 곁에 있고
곁에 있어도 보이지 않아
삶 내내
그리운 그대
지금 어디서
스쳐 지나는 바람같이
그대도 문득
내 생각 하시려나
11월은
김 익 택
열매 익는
10월 바람은
가벼울지 몰라도
이슬이 서리로 바뀌는
11월은
가볍지 않습니다
이슬 맞고 고개 숙인
구절초 향기 더 짙고
서리 맞은 홍시
속살 더 붉어도
들판에 빈 바람은
아픈 소리를 우려냅니다
마를대로 마른
빈 밭에 옥수수는
작은 바람에도
아프다고 울고
앙상한 나무들은
서로 부딪칠 때마다
뼈 마디로 웁니다
땅속으로 들어가야 사는
들 짐승들은
언 땅에
얼음장 소리로 울고
땅 위에 사는
날 짐승들은
눈 밖에 없는
앙상한 나무 가지에서
칼 바람으로 웁니다
바람은
김 익 택
지난 밤
꽃잎이 폈는지 떨어졌는지
바람은 생각 하지 않습니다
소중한 날도 그리운 날도
누가 알고 웃고 울고
그리워했는지
누가 노래를 불렀는지
바람은 기억하지 않습니다
어제 슬픈 일
오늘 좋은 일
있고 없는 모두
바람은 오래 전부터
타인이었습니다
내일도 모래도
먼 훗날에도
내가 버리고 네가 바라고
우리가 원하는 희망은
있어야 보이는
그림자가 아닌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