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뿌리 계단
김 익 택
아파도 아프다 말
못하고
죽어도 슬프다 하지 않는
울음이 여기 또 있었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갔으면
껍질 벗겨져고
허옇게 드러난 속살이
어느 신사 구두 앞 창처럼
반질반질하게 광이 날까
아픔이 지나치고
희생이 지나치면
굴곡 진 삶도 저렇게도
아름다워 보이는 것일까
사람들이 편히 오르는
나무뿌리 계단은
삶이 희생인가
희생이 삶인가
저에게 아픔이
저리도 편리하다는 것은
삶의 윤리 아닐 것인데
남의 아픔을 모르는 사람들
제 몸 안녕을 위해
더 가혹한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늙은 농부 손등에 불거진
핏줄 같은 줄기로
주위 흙을 붙잡으려고
악착 같은데
사람들은 앙상한
그의 뼈대 위로
채찍같은 등산화로
마구 짓밟으며 가고
제 힘에 겨운 사람들은
한숨 쉬며 쉴 줄만 알았지
이불 같은 흙을 덮어주는 아량 없다
그래도 살려는 그 의지는
다져 진 맨 땅에
이리저리 다리 뻗어
죽기 살기로
숨 쉴 곳을 찾고 있고
좀 더 많은 태양을 보기 위해
야위고 휜 몸은
허리를 뒤틀고 가지를 꺾어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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