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첨성대

 

김 익 택 

 

 

 

 

삼백육십여개 돌 하나하나 붙어 사는

검은 이끼 하얀 이끼 천오백여년

그 옛날 첨성대에서 별을 헤던 사람 영혼 일까

밤 조명에 하늘 길을 잃어 숨소리 여리다

빨강 보라 하양

첨성대가 보석인양 바꿔가며 비추는 조명에

사람들은 아름답다 감탄을 자아내는데 

천년을 입을 다문 첨성대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고

친구를 벗삼은 하얀 목련은

봄밤 추위에 입술을 떨고 있다

 

 

 

 

 

기어코 오는 봄은

 

 

 

김 익 택 

 

 

 

아지랑이 봄 바람이

벚꽃 몽우리를 간지럼을 태우네요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오고 마는 봄은

소리가 소리를 기쁘게 하고

빛이 빛을 존경하고 있네요

알게 모르게 오는 봄은

태어나는 아이 울음소리같이

갓난 아이 숨소리같이

울어도 기쁘고 잠자도 예쁜 계절이네요

그렇게 푸르른 봄은

가져도 버릴 것 없는

생명 탄생의 부르짖음

생의 한 순간의 희망 아니라 순환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3월에 내리는 비 부는 바람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는 것이 없겠지요

발랄 것 없어도 소중한 계절

꽃이 피우지 않아도 아름답고

향기를 없어도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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