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능의 봄 풍경
김 익 택
그대가 나라를 세울 때
백성들 삶 살피면 사랑을 펼쳤듯
능원 정문에 하얗게 핀 목련 꽃 만발이다
엄마 손잡고 나들이 아이
발걸음 구름을 밟고 가는 듯 신나고
엄마 얼굴 미소가 목련 꽃같이 탐스럽다
2천년 역사 있어도 꿈같이 능은 말이 없고
그때나 지금이나 비단 같은 푸른 잔디는 변함이 없는데
왕성한 푸른 솔은
삶을 사랑하고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그대 혼인 양
백인 흑인 황인 가리지 않고 즐겁게 맞이하고 있다
화백회의 옛 역사 모르는 아이는 노랑 꽃 하양 꽃 만발한
산 같은 능원 주위를 뛰어 다니며 놀고
목련 꽃 아래서 사진을 담는 젊은 연인들 미소가
꽃보다 싱그럽다
봄 그리고
김 익 택
고개 숙인 찬바람이 땅에 엎드린 날
노란 복수초가 미소를 보냈다
보이지 않는 봄의 파장이
땅속에서 잔뜩 움츠리고 있는 새싹에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쑥 잎이 쌓인 낙엽 사이를 고개를 내밀었다
하양 나비가 봄 나들이를 나섰다
태양의 손길에 긴장을 푼 별꽃이 해바라기를 했다
돈 나물이 바위를 타고 올랐다
미처 기운 차리지 못한 새싹들이 비를 가다렸다
꽃이 피는 건
김 익 택
꽃이 피는 건
바빠서 지나치고
게을러서 놓쳐버린
삶들의 초대장
꽃이 피는 건
아파도 참고
싫어도 참은
기다림의 선물
꽃이 피는 건
너에게 희망의 요람이며
나에겐 새 생명의 시작이다
봄 앓이
김 익 택
저 빈 들판에
아지랑이 한숨에
나무는 꽃을 피우고
새싹은
햇살은 삶을 부르고
바람은 용기를 부추기는데
내 육신의 봄은
나른함으로 오고
내 마음의 봄은
아픔으로 오는 것인가
꽃이 피어도 새싹이 돋아도
잡을 수 없는
찬란한 봄의 기억은
아주 잠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