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당 백곡재 매화를 찾았더니
김 익 택
찬바람에 솔솔 피는
금시당 백곡재 매화는
초대하지 하지 않아도
찾아오지 않는 선비마냥
하얗게 핀 꽃송이마다
꿀벌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금시당 백매화의 품격
김 익 택
금시당 백곡재님
학문 배우러 모여들던
젊은 선비들같이
앞 마당 매화 향기
청마루에 가득하고
쉴새 없이 꿀을 따는
벌떼들 소리는
그 옛날 선비들 글 읽은 소리같이
금시당 백곡재 앞마당에 가득하다
금시당 백매화의 풍경
김 익 택
꿈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세월
오백년 은행나무는 말이 없고
그분이 글을 읽고 시를 읊던
금시당 백곡재 검은 현판 하얀 글씨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다만 그분의 인격인 듯
인품인 듯 전하려는 듯
만개한 삼백년 매화 향기는
청마루에 가득하고 창호지 문살에 길게 드리운
매화 가지가 아침 문안 인사 하는 듯
허리 굽혀 방문을 바라보고 있다
매화는 피는 일주일은
김 익 택
얼음 얼고
눈 내리는 날
마다 않고
당신 피는 보름 동안
비바람이 회를 치며
얼굴을 할켰지만
당신은
죽음 같은 고통을
더욱 싱싱한 꽃으로 승화 했지요
늙고 아파도
피어야 한다는 의무
내일 죽어도
망설임 없는 오늘은
피는 꽃으로도 모자라
그윽한 향기로
삶의 행복 퍼뜨리지요
매화 피는 겨울
김 익 택
북쪽 고향 기러기는
아직도
호수에서 자맥질하며
먹이 찾느라 분주하고
얼음에 뿌리 박은 버드나무는
죽은 듯이 동면인데
매화는 올해도
예언도 없이
고통을 통달한 것같이
활짝 피고 있다
겨울은 언제나
김 익 택
그대 떠난 자리에
찾아 온
찬란한 봄
그대 볼 수 없어
이별이다 말할 수 없고
그대는 만날 수 없어
모른다 말 할 수 없지
궤적을 이탈 수 없는
자연의 순환 고리는
아침이 저녁을 모르는 이치이지
모름지기
삶을 관통할 수 있는 것이
자연은 바람이라면
생물은 사랑이니까
나도 고 매화처럼
김 익 택
저 매화나무
나이 백년
삶의 한계라 했던가
몸이 썩어
속이 텅 비어도
피는 꽃은
젊은 나무 보다 더
향기롭고 싱싱하다
나도 저처럼
마지막 그날까지
나를 아는
그들 가슴에
아름답고 향기로운
한 사람으로 기억 되었으면
봄봄
김 익 택
누가 봄을
여인의 계절이라 했던가
눈에 보이는 빛과
호흡에 스미는 향기
귀에 들리는 소리
그것들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움
그리고 생명 탄생
누군가가 아니라
네가 내가 우리가
생명의 계절이라 아니 할 수 있을까
금시당 백매화 삶의 교훈
김 익 택
인간 탐구 삶과 사랑
인생의 참 뜻
어떻게 영위해야 하는지
평생 공부하며 살았던
그분의 정원에 하얗게 핀 매화는
학문의 치열함과 삶의 섬세함을
손수 보여주는 듯
꿀벌과 동박새가
분주하게 드나들고 있다
공부 노동 사랑까지도
끊임없이 탐구하고 노력해야
평화 자유를 취할 수 있는 진리
꽃과 향기로 전하려는 듯
이른 봄 금시당 백매화는
소리 없이 피어도 찾아오는 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봄 길을 걷다가 매화에 취하다
김 익 택
조금만 놀려도
얼굴이 붉어지는
수줍은 소녀같이
담장 너머
다소곳이 피는 그대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도 우아하다
언제 어디서나
속을 감추어도 느껴지는
청순한 숙녀 같이
우려나는 깊은 멋은
묵음으로 읽어도
감명 깊은 한 권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