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당 백곡제
김 익 택
사시사철 푸름을 닮으려고
소나무를 심었을까
금시당 담 너머
아름드리 소나무 기상이
사람들 가슴에 믿음 주기 충분하다
우주를 닮고 자연을 닮으려는
그 옛날 선비 품위를 보고 있는 듯
아담한 정원이 기품이 넘친다
봄에는 백매화
여름에는 붉은 목백일홍
가을에는 노란 은행잎
겨울에는 그 가지에 쌓인 하얀 눈꽃
아름다운 소 우주를 가슴에 담았을
그 옛날
금시당 백곡제님을
보고 있는 듯
학문 모르고 철학 모르고
풍류 몰라도
가슴에 느껴지는 정서가
포근하고 경건하다
금시당 백곡재 은행나무
김 익 택
그의 나이 450년
꼬챙이 묘목이
만인이 우러러보는 거목이 되기까지
450년은
인내와 믿음 아니면 설명 할 길이 없다
아끼고 사랑해주던 옛님
아주 오래전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분의 혼처럼 분신처럼
학문과 사상을 길이 계승하고자 하는 정신처럼
2019년 디지털시대에도
그분의 삶과 사랑 표상처럼 근엄하다
금시당 단풍나무
김 익 택
밀양강 언덕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금시당 백곡재
돌 담에 기대어
밀양강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
그 옛날 한 시절을 추억 하는 듯 외롭다
삼백년 세월이 저처럼 아팠을까
하지혈액종같이
이곳 저곳 울퉁불퉁하지 않으면
푹 파인 몸통이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다
아픔을 잊고 싶었을까
세월을 잊고 싶었을까
담 너머 고개 내민 늘어뜨린 마른 가지
푹 쉬고 싶고 푹 자고 싶은 모습이다
하나같이 붉은 잎은
하고 싶어도 말 못한 새색시 입술같이 붉은데
글 읽고 시 읊던 그분 아니면
그의 붉은 마음
어느 세월 누가 알아줄까 싶어
보는 이 마음이 짠하다
금시당 백곡재
금시당과 백곡재 2채로 된 건물이다.
금시당은 조선시대 문신인 금시당 이광진 선생이 말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제자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이광진(1517∼?)은 명종 1년(1546)에 문과에 급제하여 『중종실록』, 『인종실록』의 편찬에 참여하였으며 후에 벼슬이 좌부승지에까지 이르렀다.
금시당이란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따온 말로 산수와 전원에서 여생을 즐긴다는 뜻이다. 명종 21년(1566)에 처음 지은 금시당은 임진왜란(1592) 때 불타 없어졌고 현재 남아 있는 것은 1743년에 백곡 이지운 선생이 복원한 것이다.
백곡재는 백곡 이지운을 추모하기 위해 철종 11년(1860)에 세운 건물이다.
이곳에는 이광진이 직접 심은 은행나무가 있어 금시당에서 내려다보는 밀양강과 잘 어우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