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남을 위한 삶
김 익 택
백화점이 무너지고 대교가 무너지고
항공기와 군함이 피랍되고 전복되고
지진과 해일로 땅이 갈라지고 바다가 범람하고
툰드라가 녹고 폭우가 쏟아지고 사막이 더 넓어지고
우리가 살면서 감동하고 절망할 때
흔히 쓰는 말
앗 차!
오! 어떻게 이럴 수가
그게 정말이야
삶은 언제 어디서나 요동을 치듯
내가 겪는 감동
내가 겪지 못한 슬픔
자연이 전하는 메시지는
남의 일 나의 일 따지지 않는다
자연은 어미가 제 자식 이름 부르면 돌아오는 아이 아니다
쌀 한 톨
물 한 방울
소금 한 알
부족한 사람을 생각하는 것
남을 위하는 위한 것이 나를 위한 것이듯
내 땅 남의 땅 할 것 없이
자르고 지르고 태우고 막는 것이
나를 위하고 남을 위한 것인지
자연이 바라는 것은
인간 스스로 판단하기 전에
그곳에 사는 미물의 입장에서 깊이 생각하기를
바랄 것인 즉
인간의 삶
기껏 살아야 100년
나를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남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또 남은 삶 동안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 모두 나를 위하고 남을 위한 삶을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지는 못하더라도
앗 차!
어떻게 내가 이럴 수가
양심이 하는 소리는 반드시 뉘우치고 살아야 한다
어떤 욕망
김 익 택
떠돌이 별
떠돌이 개
떠돌이라는 말은 외롭다는 말이다
짝을 찾지 못한 외로움이 지나치면
그때부터 외로움은 내가 너를 가지려는
욕심
칼집 속의 잠든 칼이다
아이가 멋 모르게
그 칼로 뽑아 휘두를 때 위험처럼
외로움은 철도 없고 겁도 없다
어느 날
군중 속에 혼자 일 때
깊은 밤 잠 못 이룰 때
부러운 나머지 고독한 질투는
헌 위벽에 기생충이 한번 더 곱씹는 아픔
외로움이 휘두르는 칼의 상처
아프고 시리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위로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지르는 고함뿐
외로움은 잊기 위한 억지 싸움이 아니고
싸워서 이기는 것이 외로움이 아니다
그 외로움
맘을 비우지 않는 한 늘 따라다니는 그림자
그리운 너의 생각을 죽이고 나의 생각을 죽여야만
내가 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리움은 무겁다
김 익 택
생각만 해도
가슴에 이는 저 파문은
선뜻 다가설 수 없고 홀가분하게 버릴 수도 없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애타는 맘 쌓이면
그리움은 빈 바가지이어도 무겁다
주체하지 못한 슬픔 못 이겨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
거기서도 그리움은 노을 속에 있다
젊은 사랑 젊은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존재의미와 가치상실이
스스로 나를 꾸짖을 때
삶의 의지를 잃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 그리움 비워 줄 사람
사랑하는 사람 아니면
아픈 것들 뿐
긴 세월 아니면
그리움은 잊거나 잊혀지거나
잃어버리지 않으면 비울 수 없는 무거움이다
우울
김 익 택
혼자 길을 걸으면
괜히 무안해지고 쓸쓸한 것은
노을 속으로 들어가봐야 안다
봄볕을 밟는 것도
그늘에 쉬는 것도
낙엽을 밟는 것도
눈길을 걷는 것도
홀로 길을 걸으면 우울한 것은 마찬가지
바람 갈기에 이유를 묻고
바람냄새에게 길을 물어도
만나지 못하고
하나되지 못하면
과거와 미래도 풀지 못할
응어리
우울은
더운 여름
눈 내리는 겨울 산이고
추운 겨울
햇빛 쏟아지는 바닷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