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그리운 집으로 돌아가는 길
김 익 택
내 마음의
그리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것이다
친구의 눈 속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그 속엔 어제 같이 함께 부르던 노래가 있고
밤이 어둑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풍경이 있고
배꼽이 빠지도록 울고 웃었던 소리가 있다
그 눈 속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내가 평생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잘 못도 있고
내가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훈훈한 얘기도 있다
어쩌다 기억에도 없는
고향의 지명이나 옛말이 터져 나오기라도 하면
누가 먼저랄것 없이
나이는 던져 버리고 체면은 옷걸이 걸어두고
옆에서 누가 시끄럽다고 눈총을 주던 말던
네가 그랬느니 내가 그랬느니 다투던
철 없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늙은 아이가 되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사람이 늙고 기억을 잊어도
늙지 않는 동심 회복하는 길은
아무리 깔깔거려도 민망하지 않고
야, 자, 스스럼없이 불러도 즐거운
친구밖에 없다
그리운 집은 시대의 개발에 흔적이 없이 사라지고
좁은 돌담 길은 넓은 아스팔트가 되고
산길은 수풀이 우거져 산이 되어도
세월 속에 묻혔거나 묵은 시간을 되찾는 일은
친구가 아니면 찾지 못하는 보물 지도다
마주 보고 있으면
눈덩이같이 묻어 나는 옛 이야기가 있고
부르면 생각나는 가슴 아리는 동요가 있다
돗자리 깔린 골방에서 철 없이 부르던 유행가는
세월 가면 잊고 마는 그냥 유행가가 아니다
계절마다 앓는 감기같이
삶의 진한 잔해 묻어 있는 동심의 향수다
홀로 삭히면 눈물 되고
함께 나누면 아이 되고 꽃이 되는 것이다
속 마음 훤히 읽어 줄 친구가 없다면
내 마음의 그리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눈 내리는 시베리아의 벌판 풍경같이
희미한 눈발 속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달밤에 홀로 우는 늑대 울음소리 같이 외로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