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목련

 

김익택

 

 

 

 

삭혀야 술이 익듯

보고 싶어도 참고

쏟아지는 봇물 같은 울분도

참아야 나를 발견 할 수 있는 법

 

비바람에 떨어진 꽃들

차디찬 땅바닥은 반기지 않으니

 

화려한 그리움도

잊음은 순간

외로움 이해하듯

있는 듯 없는 듯 피워도

 

외지고 그늘진 곳

그윽한 그리움으로 핀다면

늦게 피어서 외로울지 몰라도

 

기꺼이 반가이 맞으리리

 

 

 

 

 

 

 

 

어떤 그리움

 

 

김 익 택 

 

 

 

 

 

단잠에서 깨어나

하품하며 씹어먹는 공기같이

목마름에 벌컥벌컥 마신물을

갈아 먹듯이

듣고 들어도

다시 듣고 싶은 음성같이

보고 봐도

다시 보고 싶은 얼굴같이

생각이 흐르는 밤에

채워도 비워도 무거운 가슴이다

 

 

 

 

 

 

 

 

 

 

 

기억 묻어두기

 

 

김 익 택

 

 

 

 

사랑 얘기도

이별 얘기도

세월 흐르면

 

나를 웃게 하고

나를 뒤돌아 보게 하는

고귀한 선물

 

즐거움과 아쉬움

미움과 아픔은

시간 속의 기억 묻어두기

 

눈빛 너머 

아스라한 기억이 될 때까지

누구에게나 삶은

물먹은 종잇장같이 삶은 있는 법

 

사랑하고 미워하고 그리워 하고

아쉬워 하는 동안 

흘러간 시간은 짧아도 긴 축복 

  

어느 때 어느 곳이던

즐거웠던 그곳에서 있었던 일

나를 웃게 하는 늙지 않는 그리움

 

 

 

 

 

 

 

 

 

 

 

수로왕릉 자목련 그 아래 풍경

 

 

김 익 택 

 

 

 

 

사랑 포용

그 말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네

수로왕릉 자목련은

인도인

네팔인

티벳인

베트남인

얼굴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른 그들

고향이 그리운 그들을

어머니 품같이

허왕후 자비 같이

넉넉하게 품어주고 있다

 

 

 

 

 

 

 

 

 

그대도 나처럼

(목련꽃 같은 그대에게)

 

김 익 택

 

 

 

 

생각이 집을 짓는

잠 못 드는 밤

그대 나처럼

그 누구를 그리워한 적 있나요

그 사람이

오직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를

간절한 생각이 욕심을 낳고

그 욕심이 수심을 낳았고

그 수심이 근심을 낳은 적 있었나요

 

그대 향한 생각이

깊으면 깊을수록

그대 불행하면

나에겐 기회가 될까

아픈 그대에게

내가 안식처가 되는 꿈

자주 하게 되는 날 없지 않았나요

 

이건 아니지

내 안의 못된 생각 거두절미 하면서도

그대 내사람 되는 방법

 

그것밖에

생각나지 않아

양심을 저울질 하는

조심스런 그런 날 있지 않았나요

 

 

 

 

 

 

 

 

 

 

 

목련꽃 우리누님

 

 

김 익 택

 

 

 

 

 

오롯이

하늘을 향해

두 손 모아 비는

저 꽃은

고운 누님 가슴에

멍울로 피는 꽃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남모르게

사모하는 연정

속 태우다

 

훌훌

저고리 벗듯

하나 둘

꽃잎이

떨어지면

우리 고운 누님

어질러진 맘 어이할까

 

 

 

 

 

 

 

 

 

 

외로운 봄 어느 날

 

 

김 익 택

 

 

 

 

 

벚꽃 지는 그늘에서

직박구리 한 마리 꽃잎을 쪼고 있다

 

눈멀도록 보고 있는 시선

외로움이 깊어

봄날 하루가 지루하다

 

저 담 너머

누가

부르는 소리 있을까

고개 들면

햇빛이 눈 시리고

 

저 담 너머 어디서

누가

찾아오지 않을까

눈길

머무는 곳곳마다

없는 님이 그리워서

 

귀 기울이면

햇빛 밟고 지나가는

아이들 조잘대는 소리 한 뭉치

뒤통수에 스멀거려

먼산 바라본다

 

아이들 소리

耳鳴이 되어 사라진 뒤

덧없는 생각 다시

아지랑이처럼 피어 오르면

 

새댁치마 같은

자주 빛 목련은

눈물처럼 뚝뚝 떨어져서 아프고

백설 같은 하얀 벚꽃

낙엽처럼 후르르 떨어져서 슬프다

 

봄 날은

외롭고 그리운 사람에게

그리운 만큼 외롭고

외로운 만큼 그리움으로

 

푸르게 더 푸르게 짙어가고 있다

 

 

 

 

 

 

 

 

 

 

 

 

엄마 꽃의 비애

 

김 익 택

 

 

 

 

꽃은

봄날에 피는 꽃

여름에 피는 꽃

가을에 피는 꽃

겨울에 피는 꽃이 따로 있다

 

결혼할 때 아내는

처음이자 마지막 같은 봄에 피는 꽃이었고

자식은 꿈인 동시에 애물단지 여름에 피는 꽃이었다

 

생애 영순위라 생각했던 우리엄마

내가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순위에서 밀려 잊혀져 가는 겨울 꽃이 되었는데

 

울 엄마 나 키울 때 나는 어떤 꽃이었을까

울 아버지 속태울 때마다

훌훌 떠날 수 없었던 이유 나 때문이었다는데

이세상 단 하나 밖에 없고

아픈 가슴에만 피는 눈물 꽃은 아니었을까

 

우리엄마 늙어 걸음마저 못 걷는 지금

나는 하루에도 몇 번 엄마 집 앞을 지나면서

생 마음만 거기 두고 바람처럼 지나가고 있다

 

봄날에 피는 꽃은 가을에 피지 않고

겨울에 피는 꽃은 여름에 피지 않고

여름에 피는 꽃은 겨울에 피지 않고

가을에 피는 꽃은 봄에 피지 않는데

 

어릴 때 나의 꽃은

세상 전부 다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보증수표 우리엄마 꽃

 

그런데 지금

내 마음속에 피는 꽃은

내 딸 아이 하나 

 

의리도 없이

우리 엄마는

오다 가다 

흐지부지 잊고 마는

생각날 때 그리운

바람꽃이 꽃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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