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찾는 개개비
김 익 택
연 꽃 몽우리에 앉아
구애 노래하는 개개비
염불소리 아니고
목탁 소리 아니어도
절실한 소리
온 연 밭이 쟁쟁하다
부슬비 구슬같이
구르는 넓은 연 잎
끝머리에
두 발 움켜쥐고
새집 단장해 놓고
티브이
가전제품
모두 구비 해 놓았으니
몸만 오면 된다고
소리소리 지르고 있다
주남지 개개비
김 익 택
태양이 내리쬐는
정오
정적밖에 없는 연 밭에
개개비 한 마리
연봉우리에 앉아
깊은 밤 졸고 있는
스님의 죽비 같이
힘차게 울고 있다
개개비의 세레나데
김 익 택
유월의 장마
아랑 하지 않고
새끼 낳고 잘 살아보자고
개개비가 연꽃 몽우리에 앉아 울고 있다
개개 개개
저 어디 내 아름다운 노래 듣고 올까
저 어디 내 건장한 모습 보고 올까
목이 터지라 외치는 소리
비를 뚫고 바람을 뚫고 있다
개개비의 노래
김 익 택
세상의 모든 생물들
님 찾는 소리 그보다
아름다운 소리 있을까
하지만 주남지 개개비
님 찾는 노래 소리
가슴 찌르듯 아프다
그 누구 죽어 우는
슬픈 소리도 아니고
그 누구 창 밖에서
님 부르는
세레나데도 아니다
어떤 때는
콕콕 찌르는 듯 아프게 들리고
또 어떤 때는
목소리 그 끝 처절한 절규 같아
아프고 애닯고 씁쓸하다
개개비의 외침
김 익 택
종이 무엇이던
님을 찾는 소리
눈 멀고 정신 없어도
잃지 않는
사랑의 본능
님 찾는 개개비
목소리 당당하다
몸 건강하고 잘 생긴
나 여기
예쁜 신혼 방 꾸며 놓았으니
구경 오라고
사방팔방 바라보며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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