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김 익 택
후루루 떨어지는 모습
아름답다 하지 마라
차마 헤어질 수 없어
참고 참았던 눈물이다
왜 붉은 냐 묻지 마라
입이 있어도 말 못해
혀를 깨문 피 멍이다
불탄다고 말하지 마라
죽도록 참았던 상처
아물지 않는 혈흔이다
추 엽
김 익 택
꽃은 피었던가
그 동안 몇 차례
바람이 불었던가
비가 내렸던가
노랗다 못해
발갛게 타버린 나무 잎
떨어지는 모습
가기 싫은 어린아이
엄마 손잡고 버티는
발걸음같이 앙탈스럽다
가을 빛 메시지
김 익 택
가을 날 하루 빛은
구원의 빛같이
고마움으로 가득하다
그 빛에서 익은 열매
독립 하는 날
정보도 없고 배려도 없이
땅에 뚝 떨어져
또 하나의 씨 알이 되기까지
바람과 빛은 기꺼이 심부름꾼
비와 어둠은 사랑의 비밀 병기
어머니 땅에서
연 초록 떡잎 두 개
세상밖에 나오기까지
빛은 생명 하나만 믿고
이른 봄을 기다린다
삶의 목적은
훗날 또 하나의 인내의 시작
튼실한 열매를 맺어야 하는 의무이다
가슴 열어 놓는 가을
김 익 택
가을은
우울한 사람
외로운 사람
그리운 사람
함께 웃지 않을 수 없는 계절입니다
병아리 빛 피 빛으로 물든 단풍은
다 못한 아쉬운 가슴을 열게 하고
하양 파랑 노랑 빨강으로
산 들에 핀 야생화는
싱그럽다 못해 가슴을 울먹거리게 합니다
눈 시리도록 맑은 하늘은
눈과 귀를 열게 하고
따스한 햇볕은
아물지 않는 깊은 상처 씻어서 소독하게 합니다
이렇게 가을 하루는
사람에게 동물에게
보이는 사물 모두애게
감사한 마음 잊지 않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