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초대장



김 익 택





 

 


난 사람들에게 언제나 관심 밖의 

필요조건의 

내 스스로 치유하고 성장하기도 바빴다

하루 같은 일 년의 버거운 시간이 지나고

본래 나의 모습을 찾았을 즈음

곤충들은 하나 둘 나의 가슴 밭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난 그 누구에게도 거역 할 수 없는 삶

내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이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뿐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거듭 푸름은 더해 가고

내가 성장한 만큼 늘어나는 향기와 맑은 물은

또 다른 삶의 매개체

내가 풍성해 졌을 때

인적이 드문 사이 늘어난 곤충들과

새들이 잦기 시작했다

그리고 늘어 난 생물들은 

대게는 공생공존의 법칙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만 드러난 내 뿌리를 더 밟고 지나가고

약초와 희귀식물은 물론 심지어 돌까지 마구 파갔다

그러다 숲이 그리운 사람들이

언제 부턴가 파괴 된 나의 삶의 부재가

삶에 필연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그들은 자생하는 풀처럼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숲이 그리운 사람들의 성격은

온화하고 쾌활했고 작은 것에 감동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들에게 나는 아낌없이 주는 숲이 되었다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부푼 유두를 푹푹 짜서 주었고

푸른 입술에서 나온 은빛 꿀을 마구 내어 주었다

 

사람도 동물도 곤충도 다 같은 생물

그들이 외롭다고 하면 나도 외로운 존재다

그 외로움 넉넉한 나의 오지랖에서

편안한 휴식을 얻고 안정을 얻는다면

나의 가슴 길은

그들에게 언제나 열려있는 레드 카펫이다






 








싶다



김 익 택




 

 

비 오는 날

나는

마음을 길바닥에 던져두고 싶다

그리하여

나도 몰래 물들은 헛된 삶의 얼룩들을

하늘 비바람에 씻고 싶고

얼굴을 가리고 몰래 숨어 들은 거짓을 씻고 싶다

 

햇빛 도타운 날

나는

마음을 멍석에 늘어두고 싶다

욕심에 어두운 나머지 젖은 마음 사이사이

빈틈에 좀 먹고 있는, 정신을 햇빛으로 속아내서

가을 볕에 고추처럼 내 마음을 말리고 싶다

 

바람 부는 날

나는

마음을 바지랑대에 걸어두고 싶다

삶에 지친 하루하루를 또 다시 젖기 전에

말리고 털어내어 그늘에 있어도 늘 보송보송한

시원한 바람에 뉘고 싶다

 

눈이 오는 날

나는

마음을 들판에 누이고 싶다

오물 위 오물을 하얗게 덮어서 숨 죽게 하여

마침내 물이 되어서

땅속 씨앗, 새 생명의 젖줄이고 싶다











도심 공원의 가을

 

 

김 익 택 

 

 

 

 

 

 

꽃이 피어도

벌 나비 보이지 않고

 

잔디가 파래도 여치 우는 소리 듣지 못하고

이슬이 차가워도

귀뚜라미 우는 소리 듣지 못하는 도심정원

 

자연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가을이라고

어린아이 손잡고 삼삼오오 모여드는 사람들

입고 온 옷 빛이 가을이다











그냥 되는 것은 없다



김 익 택

 




 

그냥 호사는 없다

된장 고추장 김치가

어두운 장독에서

홀로 곪고 삭아서

스스로 내가 된 것처럼

나를 죽이고 너를 살려서 만든 것이다

 

후덕한 인심

그냥 입심이 아니다

긴긴 하루와 짧은 행복을

질긴 악연은 맷돌에 갈고 갈아 걸러내고

부딪는 소리 마저 부드러울 때

아린 가슴 견뎌 낸 모진 참이다

 

그냥 명예는 없다

상처 난 수액마저

벌 나비에 보신하는 참나무 같이

내 안에 나보다 다른 삶을 생각하는 혼이 살고

 

그 사람들이 나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

그 작은 진실 씨앗 하나

그 작은 실천 씨앗 하나

나를 위한 너같이

너를 위한 너같이

바보같이 일구어 낸 소리 소문이다











늦은 오후 놀이터 풍경




김 익 택

 

 

 

 

 

 

목타는 갈증같이

목련 잎

바스락 거리는 늦가을

 

바로 어제같이

응지에서 뛰어 놀던 아이들

제비 새끼 같이 쪼르르 모여

아파트 양지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저 모습이

친구이며 추억이지

그런데

저 아이들 먼 훗날에

어떤 추억 남을까












가로수



김 익 택




 

 

한번 목놓아 울어봤으면

바람마저 깊이 잠든 적막한 밤에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

깊은 잠 한번 자 봤으면

 

쉼 없이 살아온 삶

푸르게 푸르게 두 팔 벌리고 서 있는 그는

오늘 하루도

공해와 소음과 진동에 시달리다

새우 잠을 자는 늦은 밤

사람들이 때리고 간 멍든 상처와

공해로 까맣게 썩어가는 피부를 감싸고 웅크리고 누웠지만

수은등 불빛과 하루살이 등쌀에 잠을 설친다

 

아니 또 언제 사고가 날까

두려워서 잠을 못 이루고 있다

가끔 밤 공기를 가르고 지나가는 바이커와

이유도 없이 발로 차고 가지를 부러뜨리는 청년들과

느닷없이 허리를 더리 박고 뒤집어진 차량들 속에서

하루 하루가 죽음과 신음 소리 가득한 거리에 서 있다 

 

지상에 평화가 없듯 땅속 삶도 평화는 없다

아스팔트와 시멘트 사이에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뿌리는 쉴새 없이 땅을 울리는 진동과

썩지 않는 산성 물이 숨통을 죄고······

그야말로 뿌리 박고 산다는 것은

죽지 못해 사는······

눈 멀고 귀 멀고 말 못하는 시간

죽음 아니면

자유롭지 않는 삶이다

 

일년 365,

콜타르 냄새와 차량 타이어 타는 냄새로

코는 점점 마비되어가고

더 깊이 내릴 수 없는 뿌리는

콘크리트 벽에 부딪혀

겨울 잠을 자는 뱀 마냥 제 뿌리와 뿌리를 휘감고

보도 블록을 뚫고 올라오면

사람들의 발굽에 으깨어져 혈액 종에 시달려야 한다

 

그래도 삶은 유일한 희망이라서

온 힘을 다해

푸르게 더 짓 푸르기를 온 몸을 받쳐

희생이란 낱말을 한 순간 잊어 본적이 없는

인간을 위한 삶이다

오늘도 그는

머리를 태울 것 같은

34℃ 뙤약볕에서 두 팔을 벌리고

자외선과 공해와 소음과 진동 온몸으로 받으며

더위가 진을 치는 보도 블록 위로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바람이 단풍에게


 

김 익 택 

 

 

 

 

 

 

떠날 준비 하라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고

산과 들에 붉은 단풍잎이

아침 저녁 찬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다

오실 때는

고운 새색시 발걸음같이

가실 때는

뒤돌아보진 않는

새 신랑 발걸음같이

정도 사랑도

올 때는 가져오고

갈 때는 가뿐하게 가라고

시원한 바람이 준비하라 한다





 





낙엽도 감정이 있다

 


김 익 택 

 

 

 

 

눈이 없어 울 수 없고

입이 없어 말을 할 수 없어도

 

느낌이 있고

감각이 있어

우는 낙엽

 

너 가는 길

누가 알까 마는

떠남이 새 삶인지 죽음인지 모르는

그 세상을 향해

목줄 떨어진 연같이

흐느적거리며 떨어지는

너의 모습은

뜬금없는 세월의 그림자

 

다시 온다 해도

거들 수 없고 맞이 하는 이 없는

빈 골목의 바람

 

휑하니 돌아서는 등 붙잡고

길 묻는 구름 그림자 보다 못한

울어도 시원치 않는 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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