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노을
김 익 택
온 산하를
꽁꽁 얼어버리는
강 추위 아랑곳 하지 않고
하얀 눈을 붉게 물들이더니
마침내
내 가슴속 검은 곳까지
물들이는 저 붉은 빛
아
마지막 삶이
저 노을 만큼이면
미학에 더 미련 남을까
꾸미지 않아도
거룩한 붉은 빛
오늘은 내일
내일은 또 모래
살아남은 자의 가슴에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잔영으로 남겠다
향적봉 칼바람
김 익 택
향적봉 바위에 달라붙은 하얀 눈에
바람이 할퀸자국
입 다물고 꾹꾹 눌러쓴 혈서같이 섬뜩하다
무엇이 그렇게 처절할까
무슨 아픔있어 저렇게 한이 서러있을까
문득 내가 모르는 죄 있었나 돌아보게 되는데
그것 또한
사랑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의 미학이라
자연의 섬세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덕유산 눈꽃
김익택
저 꽃
넌지시 웃고 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경계 두려움 아니면
믿음 사랑
그도 저도 아니면
겉과 속
싫고 좋음 모르는
저 바람의 진실 그 한계를 넘나드는
생명 정보통
저 꽃이 피워서 지면
존재 흔적 없어도
새 생명의 밑거름
저 꽃
향기 없어도
잉태하는 삶은
생명 다양성 원천
보이지 않아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
저 꽃
소리없이 녹으면서 말 하는 것이지
덕유산 상고대 2
김 익 택
해발 일천육백미터
기온 영하18°C
바람 16m/sec
습기와 추위
빛과 바람이 만들어낸 걸작 상고대
보이는 것 마다 탄성이다
어쩌면 저렇게 하얄 수가 있을까
어쩌면 하얀 빛이 저렇게 아름다울까
바람이 깎아내고
빛이 빚은 걸작 앞에 서면
별별 생각들이 스쳐간다
돌에 꽃이 피는 날
김익 택
어디서 왔을까
아무것도 없는 하늘에서
저렇게 펄펄 휘날리며
달려오는 오는 것을 보면
그는 아마도 발 없고
눈 없는 천사인가 보다
아니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이 모르는
말없고 귀 없어도
제 할 일 다하는
아파야 알고
더 아파야 깨닫는
가까이 있어 모르고
떨어지면 보이는 진리
뉘우치는 그날에 피는 꽃인가 보다
덕유산
김익 택
산이 산을 품고 있고
산이 산을 거느리고 있는 산
산이 산을 연모하고 있고
산이 산을 호령하고 있는 산
어울려서 잘 살고
어울려서 아름다운
덕유댁의 품은 그렇게
높고도 깊고 넓고 크고 믿음직한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