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
장독을 보고 있으면
6,70년대
춥고 배고팠던
동지 섣달
어머니가 생각나고
고향 옛 집이 생각 납니다
김치 된장 간장 고추장을
농축 응축 분해 발효시켜
삼시새끼 조촐한 반찬으로
생명줄 연명했던
어릴 때가 생각납니다
이른 아침
눈 비비고 일어나 방문 열면
제일 먼저 보이는
장독 뚜껑에 소복히 쌓인 하얀 눈은
하얀 쌀밥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희망 소망을 꿈꾸었던 날이 생각나고
어미 닭 새끼 데리고 놀고 창포 붓꽃
우아하게 피던 봄
지독하게 아팠던 날이 생각납니다
종자 씨앗 보관하던
장독에 숨었다가 황급히 달아나다
장독 뚜껑을 깨뜨렸던
숨바꼭질 생각납니다
누구 집을 막론하고
어머니가 관리하는 장독은
그 집 삶의 소금이며
그 집 생명의 저장고
언제나 정갈하고 반지르하게 윤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