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각시 너는
김 익 택
벌도 아니고
새도 아니고
나비도 아닌 너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발이 있어도
허공에서
날개가 보이지 않도록 졌는 것도 모자라
쫓기듯 꿀을 빨고는
쏜살같이 달아날까
아무리 주위를 훑어봐도
뒤쫓는 이 없다
메뚜기 가을 한철
시간이 짧아 사는 것이 각박하고
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해도
매양 먹는 것조차
평생 쫓기듯 먹고 산다면
아마도 넌 전생에 시지프스 운명
그렇지 않고서
죽는 그날 아니면
날개를 접을 수 없으니
보고 있는 내가
애닯다 못해 안타깝고
안타깝다 못해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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