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꽹과리 독무 01
김익택
말을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철학적 사고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들으면 이해가 되는
리듬을 이끄는 박자 꼬리에
눈물과 콧물이 웃고 운다
강압적이고 직선적인 그 소리는
박자가 리듬을 지배하고
자유를 이끌고 사랑을 이끄는
무질서 속의 소란을 질서로 바꾼다
그 소리는 소음속에도
정직하고 정확한 박자가
음계와 음률을 이끌어
소리가 소리를 지배 해
아픔과 슬픔 그리고 외로움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한국에만 있고 한국인에게만 있는
한국의 소리다



한국노래 한국 춤은
김익택
그 춤사위는 눈으로 보면 귀가 알아듣고
손이 말하면 발이 알아들어
팔이 덩실거리면 다리가 사뿐히 화답한다
만남과 떠남이 좋고 싫음이 따로 있던가
저것은 사랑 저것은 미움이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아는
웃고 울리는 건 하나된 마음은
소리가 웃게 하고 울게 하는 것이 아니고
춤이 웃고 우는 것도 아니다
연주가 웃고 우는 것 또한 아니다
마음이 받아드려 소통이 웃고 울게한다



꽹과리 독무 02
김익택
정신없이 시끄러운 소리도
망나니 같은 춤도
버릴 것 없고 가릴 것 없는
한 몸으로 만들어버리는
저 꽹과리 치는 춤꾼은
제정신이 아니면
꽹과리와 한 몸이 될 수 없는
그 한계를 넘어선
경지를 연출하고 있다
곱게 쳐도 세게 쳐도
한결같이 시끄러운
그 소리를
제몸의 흐름에 맞추어
여리게 또는 강하게 조절하여
춤추는 나도 기분 좋고
구경하는 너도
신나게 만들어 버리는
춤사위는
나를 위한 미학이 되고
너를 위한 예술이 된다



꽹과리 독무 03
김익택
온몸을 뒤틀어 땅을 밟고
하늘로 뛰어 올라 바람을 일으키고
두드리고 때려서
우러나는 소리 정체는
하늘이 내려준 축복인가
땅의 노여움인가
미친 듯이 날뛰는 그의 춤사위에
의심 없이 빠져드는 나는 무엇인가
조용하고 엄숙한 내 가슴을
휘젓고 다니는
그의 춤과 꽹과리 소리에
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인내와 양심 사이
김익택
내 마음의 바다에는 바람이 불지 않아도
하루 종일 출렁이는 파도가 있다
갖고 싶은 욕심과 버리고 싶은 양심이
이겨도 소득 없고 져도 이익이 없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제어가 안 된다
저절로 지쳐서 소진될 때까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포기 아니지만 그냥 내버려두어야 하는 복통이 있다
출렁거려야 다듬어지는 파도 숨결같이
아파야 새로움을 아는 내 마음의 바다에는
끓어야 국이 되고 달여야 약이 되는
참 인내가 있다



성장이 주는 통증
김익택
아 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
죽음까지
네가 아니면 삶의 무의미한
고뇌가 천장을 뚫는
하얀밤이 있었지
누가 고통을 주지 않아도
고독하고 괴로운 통증은
몸은 멀쩡해도
그 아이 아니면
살고 죽는 목적을 초월했지



살다 보니 어느새
김익택
노동이 보상해준 단잠에
꿈도 꾸지 못한 채
밥 먹고 일 하고 잠자는 생활
몇 십 년
의식도 없고 의심도 없이
달려온 삶
의지는 힘찬데
체력은 방문 앞이 멀게했다



삶과 시간 그 사이에
김익택
잠들지 않고 돌아가는 지구같이
잠들어도 잠들지 않는 바람은
내게 머물러도 모르듯이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고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흘러가는 시간은
잠들면 살아있음을 잊고 살듯이
혈액은 나이를 먹게 했고
몸과 마음도 늙게 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