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의 산하
김 익 택
대한민국 4월의 산하는
초록 비단을 깔아 놓았다
세상의 어떤 신혼 이부자리가
저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울까
내 망막이
삶의 고마움을 일깨운다
멀리서 바라보면 모두 꽃동산
가까이서 보면 파릇파릇한 초록
무엇 하나
아름답지 않는 것이 없고’
사랑스럽지 않는 것이 없다
탄생의 축복이 경이롭고 신비롭다
해마다 오는 4월
잊고 살고 모르고 지나간
4월의 숲은
미안해
그 어떤 사과의 말을 해도 미안하다
4월은 잔인한 달 아니라 축복의 달
아무리 고마워하고 칭찬을 해도
모자라는 4월이다


화포천의 4월 아침 풍경
김 익 택
저 안개속의 봄은
무슨 꿈을 꿀까
아직도 기러기는
고향을 가지 않고
안개 가슴 헤쳐
젖 달라고 아우성인데
동산에 뜬
붉은 태양 빛에
연초록 버들잎이 실눈을 떴다



화포천엔 신선이 살까
김 익 택
수묵 속에 신선이 산다면
화포천에는 신선이 몇 명을 살까
산다면 아침에만 살고
남어지 긴 시간은 어디서 살까
삶에 찌든 부지런한 사람
그들을 위로하게 위해
어두운 밤 화포천으로 내려와
아침 안개와 함께 하늘로 올라 가는 걸까
온갖 공해에 찌든 오물을
갈대와 버들이 정화를 해
맑은 물로 되돌려 놓는 그곳에서
펼쳐지는 감동이 또 하나의 신선의 세계를 만든다




화포천 봄의 능수버들
김 익 택
벚꽃이 온 세상에 잔치를 벌이는 날
화포천 연초록 버들 입이
화포천 비친 제 얼굴을 바라보면 빗질을 한다
부드럽고 풍성한 봄빛은 하양보다 초록빛이
더 아름다움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멀리 있어 더 아름다운 가까이할 수 없는 당신처럼
빛이 비추면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연초록 빛은 하얀 벚꽃보다 아름다웠다




새 싹의 교훈
김 익 택
들판의 연초록 풀잎들이 비단이라 걸
그의 삶 이래 줄곧 주장해도
그 의미
가슴에 새기지 않았던 나
올 봄 다시 알려주고 있다
모름지기 삶은 어릴 때가
제일 순수하다고
철들고 삶을 알면
그때부터 천사의 모습을 잃어버린다고
뒤늦게 가슴에 밑줄 하나 긋는다





봄 참 고맙다
김 익 택
단한번도
잊지 않고 찾아오는 봄이
참 고맙기도 하다
바다에도 산에도 들에도
빛이 알리고
바람이 전하는
봄 소식은 활기가 가득하다
누구는 반갑다고
꽃을 피워 인사를 하고
누구는 고맙다고
새싹을 돋아 인사를 한다
봄날의 하루는
화창한 햇살도 좋고
비가 와도 좋고
바람이 불어도 좋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김 익 택
3월의 마지막 날 마구 흩날리는 벚꽃비가
마지막 퍼레이드를 펼친다
이 봄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Scarborough fair 포레스텔라 목소리가
내 엷은 가슴을 휘 젖는다
감정이 없어도 가슴을 울리는 저 벚꽃비처럼
소향 사랑아 노래는 어떻고
박효신의 눈의 꽃 노래는 어떤가
그들의 노래처럼 내 마음의 평생 소원
한 편 시가
뭇 사람들의 마음의 허공에서 춤을 추었으면
내 시가 앞으로 또 얼마나 바위에 머리를 부딪혀
피 흘리는 한 마리 새 울음이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