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판지 물안개 피다
김 익 택
갑자기 추운 날에 소리 없이
피어 오르는 동판지 안개는
부드럽고
고요하고
스르르 풀리는
첫날밤 새색시
비단속옷 옷고름같이
아름다움
설레는 맘
감정 이념 그 무엇을
다 녹여주고도 남을 극치인데
어느 한 맺힌 입김이길래 처리도 차가울까
먼동 속에 고개 내민 태양이
오히려 미안해서 얼굴이 빨갛다
동판지 너를 만나는 날
김 익 택
너를 만나는
그 날 아침은
추워도 추운 줄 모르는
미친 나를 만나는 날이다
너를 만나는
그 날 아침은
내가 나를 잊고 있던
가슴 저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감성을
일깨우는 날이다
너를 만나는
그 날 아침은
물안개가 사랑의 산실이며
빛이 삶의 진리라는 사실을 깨닫는 날이다
봄 동판지 아침풍경
김 익 택
물안개 피는
호수 위에
수양버들 서 있는 이곳이
꿈인가
환영인가
붉은 하늘보다
더 붉은 노을이 수면 위에 물들면
하얀 비단 안개
미련 떨쳐버리지 못하는
가신님 어느 영혼인양
저수지 이쪽 저쪽을 오가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