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믿음의 계절


 

김 익 택



 

 

비 오고 나면

성큼 바뀌는 날씨

 

언제 가을이었던가 싶으면

후딱 가버리는 가을은

슬픔이고 눈물이고

고독이고 외로움이고 그리움의 계절입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머물때까지

잠깐은

풍요로워서

아름다워서

안타까워서

아쉬움이 너무 많아

울고 싶도록 아까워

바지 가랑이 붙잡고 늘어지고 싶은 계절입니다

가을은

보내고 맞이하는 길목에서

새로운 삶의 창조하는 인연의 계절입니다

너를 믿고 나를 믿고 내일을 믿는 희망의 계절입니다

밀어의 계절 약속의 계절입니다










홀로 사랑



김 익 택



 

 

언제 부턴가

나도 모르게 쌓이는 것이 있었다

 

흔적이 없이 사라져버린 과거가

낙엽 타는 메케한 냄새 같은 것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한 현재가

짚북떼기 같이 어수선함 같은 것

짧게 느껴지는 미래가

베개 닢 적시는 달밤의 차가운 이슬 같은 것

 

무시할 수 없는 관심이 사랑으로 바뀌고

갖가지 달라붙는 장애들이 긍정적보다 부정적일 때

희망은 제 발등도 못 비추는 등불

사랑도 고통이 된다는 것

이성의 배려가 가족보다 우선 될 때

동물적이 된다는 것

 

이상보다 사랑이 우선 될 때

사랑의 쟁취는 삶의 목표가 된다는 것

집념이 집착이 되고 집착이 아집이 되는

그런 사랑 앓아보지 않는 사람

늦은 가을

풀 벌레 우는 소리를 이해 하지 못하지






바람 끝에 매달린 가을 하나



김 익 택




 

해 바뀐 돌 담에 거미줄 하나

대롱 대롱 매달린

낙엽을 놓아주지 않고 있다

바람 불면 팔랑개비처럼 돌고

멈추면 축 처진

한여름 소 불알처럼 달랑그린다

 

낙엽도 거미줄도 임자 없는 떠돌이

무슨 미련 있을까

빈 껍데기 붙잡고 시름하는 사이

가을은 겨울 속으로 재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지나온 과거는 누구에게나

한때의 청춘

나뭇잎은 햇빛도 뚫지 못한 푸르름이 있었고

거미줄은 잡으면 놓치지 않는 핏줄 근성 있었다

 

모든 것을 두고 가는 가을의 끝자락

천하의 바람둥이 바람은

세세 거리며 겨울을 서두르고

거미줄은 죽어도 못 놓겠다는 듯

낙엽을 앙 다물고

널 뛰는 바람에 낙엽이 악어처럼

배 뒤집기를 하고 있다







바람의 의무


 

김 익 택



 

 

서릿발 일어서는 아침

작은 바람에도 날라가는 열매와 풀 씨들은

부대끼며 부대낄수록 아프다고 울고

홀로 떨어져 있으면 또 외롭다고 웁니다

 

의무라는 것은 권리보다 귀중한 것이기에

내가 싫어도 해야 합니다

 

스스로 땅속으로 스며들기 전까지

비가 몸을 적시기 전까지

바람은 잠시도 보고 있지 않습니다

허공에서 공놀이를 하다 구석진 곳에 모아두기도 하고

회오리 속으로 밀어 넣어 멀리 낯선 곳으로 날려 보내기도 합니다

 

그 이유

농부가 빈 논을 갈아 엎듯이

 

바람은 싫어도 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종족 번식을 위해

자연을 위해

새로운 곳 더 먼 곳으로

날려 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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