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
김 익 택
무슨 일이 있어서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있어서
여름을 향해 달려가는 오월 막바지
온몸 붉게 다 타는 줄도 모르고
태양을 바라보고 있을까
네가 주는 이미지
뭇사람 가슴 시심이 아닌
질투 탐욕 욕정 유혹
살짝살짝 바람이 여밀 때마다
기생 홍단이 붉은 입술같이
연두색 짧은 저고리
보일락말락하는 꽃속의 꽃술이
속옷 속 홍진이 유두같이
매혹적일까
콩깍지
김 익 택
좋아했으므로 즐거웠고
사랑했으므로 행복했습니다
당신의 미소
행동과 말씨
모두가 내 눈에는 천사
걸음걸이는 나비같이 우아하고
웃음소리 연가같이 감미로웠습니다
이세상 무엇으로도 견줄 수 없는 당신
내 곁에 있다면
물 없고 먹을 것 없는
달 속에 계수나무 심어
꽃 피우고 열매 맺고
다시 봄 그대 생각은
하루가 짧고 밤은 길었지요
당신 존재가 고귀했으므로
나 오늘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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