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수라트 역사에서
김 익 택
역사 바닥에 한 가족이 잠을 잔다
거적은 깔았지만
발은 나와 맨 바닥에 닿고
덮고 있는 모포는 겨우 어깨만 가릴 뿐
네 식구 중 한 어느 사람 몸부림을 치면
양쪽에 누운 사람은 밖으로 드러난다
새벽부터 자정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그 자리
소음 악취 분진 다 있는 그곳에
곤히 잠을 잔다
무심한 사람들은 그들의 머리 맡에
신발 먼지 남겨두고 제 갈 길 바쁘다
삶의 터전이 여기인지 모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떠나는
그 자리에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계절이 바뀌어
또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자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나그네
마음 편하지 않다
삶의 질곡이 어디부터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는 모르지만
길바닥이 잠자리이고
길바닥이 식탁이 되는 것이
끝은 아닐 것인 즉
신의 나라 인디아도 가난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하반신 마비를 질질 끌며
구걸하는 젊은 총각
부잣집 개 보다 더 누추한
백발의 노인
10년을 씻지 않는 듯
까치집 머리 젊은 사내
젖먹이 애기 안고 구걸하는
10대 애기 엄마
신의 축복을 주는 듯
사람들 머리 쓰다듬는 히즈라
나그네에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이런 삶이 정말
내세 향한 고행 일까
꼬리 무는 의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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