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석자
김 익 택
선생님 위원님 박사 본부장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김익택 이름 석자 가진 사람들의 직함이다
경주 김씨 영분공파 38대손인 나
가운데 ‘익’자 돌림 8촌 이내 줄잡아 100명
촌수가 높다 보니
좋은 이름은 이미 형들이 다 가져가고
우리 아버지 그 중에 찾아낸 것이 ‘택’자였다
인택이 일택이 익태 택택이 택씨
모두 나의 별명이다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사는
그들 이름 처음 접할 때 야릇하고 어색한 기분
남의 옷 빌려 입은 것처럼
가슴 밑을 훑고 지나는
그 무엇 남 같지 않는 묘한 느낌
나는 나 같지 않는 사람 그들의 세계가 궁금했다
진급, 영전, 박사취득 각각의 축하 메시지들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의 구구절절 사연들
선생님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는 인사의 말들
거울 속의 나 바람 속의 나
희망 속의 나 그들 속에 나는 추상의 이름이다
말없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나는
아직은······
구름 같은 자식 하나 남긴 것뿐
가죽 재킷 하나 없고 기록 하나 없는 사람이다
그들과 나 단 한번 면식 없어도
질투 시기 같은 것 없지 않지만
내 이름 석자 훌륭하게 떨친 그대들 있어
뿌듯한 마음 또한 사실이다
내가 그대 이름을 더 빛내지는 못할지언정
마지막까지 옥의 티가 되는 사람 아니 되기를
이 밤 나를 위하여 그대들을 위하여
김익택 아버지를 둔 자식들을 위하여 약속해본다
택씨
김 익 택
하고 싶은 것 많고
배우고 싶은 것 많아도
그림의 떡
개천에 용 되지 못하는 사람
그래도 버리지 못한 꿈은
먼 조상님
명산의 정기 아니더라도
논두렁의 정기 받을 수 있다면
별 바라기를 하며
묻고 대답하는
바보 아닌 바보가 되었지
택씨 너는 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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