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장미의 속내를 누가 알까
김 익 택
더위에 더 아름답게 피는 장미가
담장 쇠 창살 사이로
고개 내밀고 웃고 있다
줄기마다 돋힌 가시의 말없는 격언이
아프고 괴로워도 참으며
스스로 경계하며 살아야 한다는
삶의 응답일터
뭇 사람들은 태양의 메시지
사랑의 상징으로 생각한다
아름답다 예쁘다
한송이 의지 희망을 전하기까지
부러지고 꺾이기를 수십 번
삶은 날마다 불안의 연속
말하지 않는 것뿐
겉 모습이
미학으로 보일지 몰라도
아름다움 그 만큼
모순 속 삶의 외침이 있었음을
6월의 장미
김 익 택
뜨겁게 더 뜨겁게
저 가시나무 줄기 끝에 매달린
꽃송이 하나
하루는 햇살의 영양을 발라 먹고
하루는 바람의 영혼을 잡아 막고
하루는 땅의 피를 빨아먹더니
온몸이 붉구나
오늘은
무엇을 보기 위해
무엇이 그리 궁금해서
죽을 힘을 다해
담장을 기어오르고 철 창을 타고 올라
깊숙한 남의 안방을 훔쳐보고 있을까
아 알겠다
네 얼굴이 붉은 이유를
슬픔보다 기쁜 흐느끼는 여인의 신음소리
질주하는 열차 화통 같은 남정네 거친 숨소리
못 볼 것 보고 못들을 것 들어서
그래서 네 얼굴이
중년의 우울
김 익 택
자고 일어나면 무의미한 하루가 있다
지난밤에 무슨 꿈을 꾸었는지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거실에 TV 웃음소리가 구름처럼
뇌리 속에 둥둥 떠다니는 하루가 있다
기억도 오래되면 쌓이는 먼지 같은 것일까
문득 거울 앞에 선 내가
낯선 사람으로 보일때가 있다
나는 어디로 갔는가
젊고 싱싱한 나는 어디가고
늙고 낯선이가 나를 보고 있는가
공허한 마음 거둘 길 없어
아파트 베란다를 훌쩍 뛰어내리고 싶을 때가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만 늙는 줄 알았는데
어느세 내가 그 사람
거울속 낯선 얼굴이 되로 묻는다
허허 이사람 보게
검고 맑은 눈동자 손녀에게 물려주고
통통한 볼 당신의 손자에게 물려주지 않았느냐고
앞으로 달릴 줄만 알았지
미래 내가 후회 할 줄 몰랐던 바빴던 시간은
결코 과거를 후회 같은 것 없는 줄 알았는데
문득 나를 깨닫는 아침
거울 앞에선 낯선 사람에게 묻는다
당신 언제 그렇게 늙었지
그래 그래 이해해
건강해서 고맙고 잘 살아줘서 고맙지
웃음꽃 만발한 아이들이
유물이고 유산이지
나는 빈 껍데기···
자화자찬 속에 슬픈 나를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