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양지 소경
김 익 택
몇 백 년 흘러도
유산이 되고
유물이 되고 문화가 되는
그의 정신
이팝꽃으로 피어나고
연꽃으로 피어나는 것일까
이팝꽃은 완재정 골기와를 솜 이불로 덮고
연은 위양지 넓은 수면에 그림을 수놓는다
노송이 굽어보는
완재정 연지에
날아오는 백로 착지하는 모습이
그 옛날 선비
도포 소매 끝자락 휘감는
일필휘지같이
번지는 물결이 참 평화롭다
위양지 그곳에 가면
김 익 택
숲 속에 연못 있고
연못 속에 하늘 있네
인품으로 풀어내 듯
우주 속에 비밀
바람이 웃고 가고
구름이 딴청 피우고 가도
삶에 지쳐
찾아오는 사람들
그 분의 깊은 위민정신
위안 받고 돌아간다
5월의 바람
김 익 택
창 밖에 누가 오는 가
나무 잎이 웃고 있다
고요한 발걸음이 아닌 것을 보니
필시 마음이 즐거운 그 누군가 보다
아이 발걸음같이
여인의 치마자락같이
오는 그는
도대체 누구 시길래
푸른 신록 앞세우고
풋풋한 향기 흩날리며
길도 없는 길을
마구 달려오는 것일까
위양지 완재정 아침밥상
김 익택
손자 아들 할아버지
3대가 모여 앉아 아침 밥을 먹는
밥상처럼
완재정은
이팦꽃 능수버들 붓꽃 철쭉 작약이
이밥에 나물밥찬같이 풍성하고
위양지는
논 고동 가물치 참붕어 메기가
격양가를 부르는 듯 물장구를 친다
그 옛날 굶주렸던 꿈 밀양 양민 위한
권선비 현몽인가
나그네 눈에 비친
먹지 않아도 배부른 풍경에
물끄러미 보고 있는데
동산 어깨 고개 내민 붉은 태양이
이팦 하양꽃 능수버들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보릿고개와 코비드19
김 익 텍
삶과 죽음을 옥 죄는
그 옛날
보리고개 막바지 오 유월같이
2020년 오뉴월은 코비드19 전염병이
사람들 죽음의 공포 몰아넣고도
모자라는지
진정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견뎌야 하는지
항생제 개발조차 오리무중이다
먹을 것 입을 것 넘쳐나는
풍요한 시대에
무차별 회사부도로
직장인 실직자가 넘쳐나는
이 말 같지 않는 현실이
빤히 눈뜨고 도둑맞은 기분이다
코비드19 전염병은
인간이 만든 굴레인가
하늘의 시험인가
중국은 여전히 큰 소리치고 있다
권선비 그분은 아실까
김 익 택
그 분은 아실까
꿈만 꾸고
애만 태웠던
잘 먹고 잘사는 꿈
4백년 뒤
후손들이 쌀밥 소고기 배부르게 먹다 못해
건강 해친다고 밥상 물리는 현실을
비단보다 좋은 옷
떨어져서 못 입는 것이 아니라
실정나서 버리고 새 옷 산다는 사실을
이웃 친척집 나들이 하듯
세계 여행을 다닌다는 사실을
세계인들이
음악 과학 언어 문화를 배우려
물려 온다는 사실을
여기 저기
아시아 유럽 동남아 사람들이
당신께서 지으시고 사신 완재정에서
놀러 와 봄 하루를 즐기는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