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매에 취하다
김 익 택
네가 너무 예뻐
요리보고 조리봐도 모자라
앉아서 보고 엎드려서 보고
구부려서 보고 누워서 보고
그래도 찾을 수 없고
찾아도 가질 수 없는
참신하고 깊은 매력에
아침을 잊고
해가 중천에서 기울때까지
시름하고도
내가 찾지 못한 너의 매력
어디 있지 않을까
돌아서는 발길 못내 아쉬워
마음을 거두지 못한다
매화 꽃망울
김 익 택
참았던 울음보처럼
고대했던 만남처럼
삭정이 같은 검은 가지에
움트는 저 꽃 몽우리
비에 젖어 울고 웃는다
찬바람 불면 움츠렸다
훈풍에 벗 반기듯 활짝 웃는
의심치 않는 믿음
너도 보고 웃고 나도 보고 웃는
삭막한 세상에 하나 둘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매화의 의지력
김 익 택
추위에 떨고 외로움 떨었던
지난 밤은
소통이 있어도 고통스러운 밤
피어서 잘 못 아니라면
눈 감아줄 수 없었나요
알고도 모른 척 할 수 없었나요
누군가에게
희망 주기 위해
봄을 알리기 위해
희생은 감수해도
질투 모함은 받아드릴 수 없습니다
삶을 거역한 일 아니며
양심의 속인 일 아니었으므로
고통스러워도 행복하고
힘들어도 즐거웠습니다
먼저 핀 매화의 비애
김 익 택
정월 그믐 밤
바람 찬 날
은하수가
고목 매화나무에게
꽃 선물을 보냈다
살아도 죽은
메마른 가지에 핀
꽃은 싱싱하고
향기가 그윽하다
한겨울에 꽃 구경 온 사람들은
가져가지 못해도
가슴이 뭉클한 모습 보고
꽃이 웃고 또 꽃이 울었다
내 가슴에 비밀창고
김 익 택
너는 몰라도 나만 아는
외로움 그리움을
표출 못하고 담아둔
가슴 깊은 비밀 창고에는
너는 몰라도 나만 간직하는
생각과 상상
그리고 희망 창고가 있다
그 사랑 창고에는
오래도록 쌓아두면
짐이 되기도 하지만
시간 지나면 잊거나 추억이 되어
친구가 되고 믿음이 되기도 한다
그 아픔 긴 세월에
퇴색되거나 탈색되어 이해가 되고
교양이 되고 지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곱 씹을수록 우러나는 고전이 되기도 한다
매화와 우한 바이러스
김 익 택
주어서 즐겁고 받아서 행복한
첫 봄을 알리는 매화 미소가
나로 인해
삶과 영혼을 빼앗는 악마
우한의 폐렴 매개체가 될까
대문을 꼭꼭 잠그고
오는 발길을 돌려 세운다
예쁘고 그윽한 향기에
너도 웃고 나도 웃고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되고 나서
죽음 앞 두고
네 탓 내 탓하다
있는 죄 없는 죄 뒤집어씌워
죄인 아닌 죄인이 될까
피어도 알 수 없고
피워도 알 수 없는
대문을 채운 것은 그대들인데
죄 라면
삭막한 겨울 추위 인내하며
꽃 피우고 향기 퍼뜨린 것 밖에
봄비 메시지
김 익 택
지난 겨울
참 잘 견뎠다는 위로인가요
참았던 인내가 터진 눈물인가요
춥지도 덥지도 않는 날에
피어야 할 꽃은 필 준비를 하고
돋아야 할 새싹은 움틔울 준비하라고
메마른 대지에 촉촉히 비가 내린다
오늘이 있기까지
봄을 위한 준비는
어느 것 하나 고난이 없는 것이 있었을까
생명의 가치와 생존
생명의 의미와 보존은 내일의 약속인데
겨울 끝 내리는 비는 내일의 약속
생명의 메시지
너를 위한 위대한 생명 사랑을
가슴을 적시듯 비가 내린다
아 매화는
김 익 택
아
매화는
언제 누가
오라 하지 않고 기다리지 않아도
2월이 다 가기 전 피네
그리고
3월이 오기 전
동박새 떠난 뒤에 꽃잎이 떨어지고
직박구리 앉은 자리에 새잎이 돋네
나의 봄은
김 익 택
구름을 벗어난 바람이
매화 꽃잎을 떨구고
태양을 외면하는 비가
매화를 촉촉히 적시니
이내 가슴에 스미는
향긋한 봄바람이
좋아서 아끼고 싶고
고마워서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