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음 그 뒤
(작약)
김 익 택
이 땅에 삶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는 생명 있을까
그대 꽃은 지상에서
만인에게 기쁨 주고
그대 뿌리는 땅속에서
진통 복통 토혈
빈혈 생리통 타박상
인간의 질병 치료약 되어
보시하는데
수줍음 그 뒤
숨은 희생은
살신성인 그대 아닐까
세상 삶들이 그대를 조금 닮았으면
(작약)
김 익 택
그대 부드럽고 고운
하양 분홍 빛
미소는
일상 바쁜 삶들에게
심신의 정화를 시켜주는데
나는 너에게
예쁘다 곱다
그 말 밖에 해줄 것이 없네
그대 음지에서
묵묵히 일궈낸 뿌리의
자양분은
아프고 병든 삶들에게
명약이 되어 치유하는데
나는 너에게
부드럽고 싱그러워서
살포시 만져주고 싶은
그 행동 밖에 없다
세상의 사람들이
그대를 조금 닮았으면 참 좋겠다
초록의 물음
김 익 택
꽃이 자취를 감추고부터
연 초록 신록이 가슴을 뒤 흔들었다
꽃이 아니어도 꽃 보다 아름다운 초록이
시위를했다
단 한번도
기쁨과 감격 밖에 주지 않았는데도
초록이 묻는 듯
날로 짙어 가는 푸름이 희생 요구 없지만
고마움 그 뒤에 내 이루지 못한 꿈
세월만 까먹은 것 같아
초록이 짙어 질 수록
더위를 부르고 있어
울어도 갚을 수 없는 카타르시스
저 아름다운 초록이
내 가슴이 무겁게 한다
사랑도 미움도
요구하지 않고 재촉하지 않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