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는 행복
김 익 택
들려오는 소리마다
아플 때가 있지요
행복의 소리는 내가 가지지 못해 슬프고
슬픈 소리는 내 처지 같아 슬플 때가 있습니다
내가 나를 위로 못하고
내가 나를 자학하는 일은
끼니 때를 놓친 속 쓰림 같이
지금은 잠시 일지 몰라도
두고두고 외로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행복은 남의 것
불행은 나의 전유물
사랑은 멀고 고독은 가깝지요
내가 나를 이해 못하고
잃어버린 마음 채우는 것은
버려야 하는 실의
순간에 있고 가까이 있는 행복
멀리서 찾는 것은
보고도 모르고 알고도 모르는
늘 함께 있는 자신감을 잃은 까닭입니다
풀꽃
김 익 택
풀꽃 피는 아침은
이슬은 싱그럽고
바람은 신선하다
화려하지 않아
피어도 잘 몰라
잡초와 섞여있어도 어울리고
외로이 떨어져 있어도 어울리지
찾는 이 없어
반갑지 않는 손님이어도
천년 손님같이
웃음 잃지 않고
맞이 하는 모습
처녀같이 싱그럽다
민들레
김 익 택
섣부르고 입바른 소리
들어도 못들은 척
소리 없이 피는 꽃
만물이 짙푸른
사 오월
오지랖이 넒은 달무리같이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앉아
별 같이 피는 꽃
담 모퉁이에서 뒤돌아 앉아
치마폭을 가리고 쉬 하는
해맑은 소녀같이
불안하게 피는 꽃
따스한 봄 한나절
있어도 없는 듯
산골 아낙같이
잘못한 것 없어도
고개 외면하며 수줍어 피는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