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의 의무

 

 

김 익 택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멀었다고

성급히 길 나서는 매화의 외출에

춘분이 북두칠성이 밀어내는

봄 바람 믿지 말고

좀 더 기다렸다가

밤 보다 낮이 더 긴 날

길 떠나라 한다

하지만 매화는

동장군이 되어도

내가 할일

어느 누구 찾지 않아도

꽃을 피워 향기를 퍼뜨려야

꽃의 의무라며

아무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

칼 바람 맞으며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매화가 핀다 2

 

 

김 익 택

 

 

 

 

 

손발이 꽁꽁 얼어

발을 동동 굴리며

웃는 아이같이

매화가 핀다

 

언 땅에 뿌리 박고

칼바람 맞으며

매화가 핀다

 

봄은 멀지 않았다고

눈 비바람 굴하지 않고

매화가 핀다

 

뒤따라 바람 오면

비가 오고

비가 오고 나면 움트는 초록

대지의 이곳 저곳에서

 

무자비하게 봄이 따라온다

 

 

 

 

 

 

 

 

 

 

 

 

 

매화의 의리

 

 

김 익 택 

 

 

 

 

선구자는 외로워도

폭설 폭우

굴하지 않는 이유

미래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늘의 진리

땅의 영혼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아도

흔들림 없이 믿는 것이지

 

얼어터진 마디에

기적같이 피어서

의심 없이 흩날리는 향기는

꾸밈없어 고결하고

 

순수해서 해맑다

 

 

 

 

 

 

 

 

 

 

 

 

매화의 목적

 

김 익 택

 

 

 

 

매화의 목적은

피어서 사는 것이고

떨어져야

맺을 수 있는 삶

 

보고 있는 그대로

밑고 있는 그대로

비바람 눈보라에

띄우는 미소

흩날리는 향기

 

내일 곧 죽을 것 같이

늙고 허약해도

그 자태 그 향기

한 겨울 속에 축복

보고 있는 삶들 가슴에

희망으로 피고

 

사랑으로 핀다

 

 

 

 

 

 

 

 

 

 

 

매화의 봄

 

 

김 익 택 

 

 

 

 

 

단 한번도

나를

내 세우지 않아도

사랑 받고

존경 받는

매화는

존엄 위엄 없어도

고귀한 빛

겨울 울음을 삼킨

 

미소가 봄빛이다

 

 

 

 

 

 

 

 

 

 

 

 

 

 

매화의 진실

 

김 익 택 

 

 

 

 

끓어오르는 울분을

바닥 저 밑까지

마음을 내려 놓은 것이지

그러지 않고서 야

저렇게

맑고 밝게 꽃을 피울 수 없는 것이지

가혹하고 처절한 아픔을 참고

거짓 비하에도 굴하지 않고 참은 것은

자존심을 버린 것이 아니라

자존심을 저축한 것이지

꽃은

피어야 꽃이 아니라 매혹적이어야 하고

향기는

피워야 향이 아니라 고혹적이어야 하기에

죽기 전까지

나보다 너를 위해

 

의무를 다 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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