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나무
김 익 택
바람 부는 거리에 나섰네
꼭 가야 할 이유 없지만
생각이 방향을 제시하는 그곳
아무도
기다리지 않고 반겨주지 않는
그곳은
내 마음의 주파수가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곳에서
그의 육체에 박힌
단단한 옹이를
보고 있으면
산다는 것이 아픔이고
아픔이 아름답다는 사실
책이 아니고 말이 아니어도
느낄 수 있지
때로는 위로하고
때로는 위로받고
보이는 대로 느낌 그대로
받아 들여져 이유도 없이
그래 그래
괜찮아 괜찮아
마음으로 흐르는 강
김 익 택
사랑을 얻지 못한
기억은
세월 가도 바래지 않고
때 묻지 않는다
삼복 더위에도 얼어붙고
엄동설한에도 녹는 것이 있다면
사람 마음
세월 흘러
늙어도
늙지 않는 마음
사랑 아니면
녹이지 못하지
마음으로 흐르는 강
김 익 택
저기
허리 굽은 소나무는
오냐 오냐 내 새끼
안아주고 다독거려주던
꼬부랑 우리 할 매 닮았다
저기
가지를 늘어뜨린 솔 잎은
그래 그래 무럭무럭 자라거라
미소 밖에 없고 칭찬밖에 없는
호호백발 우리 할 배 수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