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꽃

 


김 익 택



 

 

사람이 바람을 만들고

사람이 구름을 만들지 못하는 한

방문 밖에서 피고지는

저 꽃은

계절의 시계를 거절하지 못한다

계절마다 피는 꽃은

땅속에서 정기를 받아 피우지만

눈 꽃은

하늘의 정기를 받아

바람의 소리로 피고

비의 눈물로 핀다

몸서리치도록 아파야

더욱 하얗게 핀다

피어서 단 한번도

열매를 맺지 못하지만

마지막

한 방울의 눈물이 되기 까지

절대절명의 순간에도

순수를 잃지 않고

하얗게

새 하얗게 핀다












첫 눈 오는 날



김 익 택



 

 

아이야

 

네 얼굴이 오늘처럼

 

1년 내내 꽃이 피고

 

환하게 밝았으면 좋겠다





 







눈이 눈이 아닐 때

 


김 익 택




 

창밖에는 전설 같은 눈발이 스러지며 가는데

나는 눈발이 남겨주고 떠나는 이야기를 듣네

 

세월 속에 묻고 세월 속에 얻은 삶의 조각들

해마다 경고 메시지를 보내건만 사람들은 다

무시하거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 듣네

 

어느 날 하얀 눈송이가 순수한 물이 아닐 때

낙엽은 썩지 않고 흙 속의 곤충들은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나무 열매는 여물지 아니하고

 

수풀에서는 참새마저 볼 수 없을 지 모를 때

이제 더는 자연으로부터 누리던 미덕과 혜택

더불어 사는 삶의 축복은 없을지도 모르리라

 









해마다 12월 30일은



김 익 택




 

 

 

다 같은 밥을 먹어도

누구는 남을 도울 생각을 하고

누구는 남을 해칠 생각을 하는 것처럼

제 얼굴에 화장은 늘 해도

제 가슴에 화장은 늘 하지 않는다

 

날마다 새로운 아침

날마다 새로운 세계에 살면서

느끼지 못하는 나는

12월 끝에서 반짝 후회를 한다

하루를 일년을 살 것처럼












눈 오는 밤 2



김 익 택




 

 

달도 없고 별도 없는

바람 저문 깊은 밤에

그대여


그대는 어느 차가운 별에서 온 분이기에

이다지도 발걸음이 차갑습니까

 

발도 없고 날개도 없이

소리소리 없이 찾아오는

그대여


그대는 무슨 아픈 사연이 있기에

정처 없이 낯선 곳을 떠돌아 다닙니까

 

어둠 묻고 침묵 묶어

굳게 입을 다문

그대여


무슨 맺힌 원한 많기에

살갗을 에이도록 아프게 합니까

 

행여 때묻을까 하얗게 하얗게 몸과 마음 단장하고

기약이 없이 왔다가는

그대여


그대는 누굴 위해서 엄동설한 깊은 밤

홀로 세상을 바꾸려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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