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눈물이에요

 

김 익 택 

 




눈 내리는 날은

달빛이 아파서 쓰러져요

눈 내리는 날은 햇빛이

술에 취해서 비틀거려요

 

얼마나 아프면

온 세상이 싸늘할까요

무릎에 닿으면 무릎이 시리고

어깨에 닿으면 어깨가 시려요

얼굴에 닿으면

금방 눈물이 되어 흐르네요

 

얼마나 슬프면 눈물이 차가울까요

세상 온 천지가 하얗게 쌓여도

그 속은 아파서 녹아요

아파서 녹은 눈물은 

또 다른 삶들에게 생명이 되네요 

 

나무 가지에 쌓이고

지붕에 쌓이고 도로에 쌓여

녹지 않고 얼면

무거워서 모두가 아파해요


눈이 쓰러지듯 내리는 날

산과 대지는 

이불을 덮고 잠자는 듯  조용해요

그런 날은

아무도 발자국을 남기지 못해요

새 발자국 가끔 있긴 하지만

노루 발자국 가끔 있긴 하지만

금방 묻히고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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