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길 걸으며
김 익 택
아무도 밟지 않는 눈길
혼자 걸으면
묵묵히 따라오는
발자국도 친구가 된다
가만히 뒤돌아보면
삐뚤어서 그립고
서툴러서 정겨운 발자국은
나를 향해 줄 서서 지켜보고 있는 모습
친구같이 믿음직하다
비 오고 햇살 따사로우면
지난밤 개꿈같이 흔적 없지만
갈 때까지 따라오는 의리
아침햇살의 그림자보다 더 의롭다
몇억년 전
공룡 발자국 같은
바위에 새긴 시간 아닐지라도
잠시나마 생의 흔적
이렇게 또렷한 적 있었던가
순간의 삶으로
끝날지라도
단 한번도 주인을 의심하지 않고
묵묵히 따라오는 너는
영원히 저당 잡힌
삶의 동반자이며 굴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