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의 미소
김 익 택
땀 뻘뻘 흘리며
당신 보려고 찾아오는 사람들
분홍빛 너를 보고
부처 가슴에 안긴듯 환하게 웃는다
피어서 질때까지 변하는 아름다움을
누가 왜
질투 변심 냉담이라 지었는지 모르지만
내 눈엔 너가
송이마다 복스럽고 사랑스러운 모습
푹푹 찌는 더위에
웃고 있는 것은 오직 너
그런 너를 사람들이 또 웃는다
꽃을 피우는 건 너지만
김 익 택
꽃을 피우는 건 너지만은
꽃을 사랑하는 건 나지
향기를 피우는 건 너지만
향기를 즐기는 것은 나지
올해도 내년에도
배려와 존중 믿음과 사랑
고백과 약속 단 한번 요구하지 않아도
고맙다 아름답다
그 말은 내가 하지
내년에도 후년에도
네가 꽃을 피우면
어느 연인의 몸짓
어느 연인의 미소
어느 연인의 눈빛
사람은 달라도 언어로 꽃을 활짝 피우고
가슴으로 향기를 담아가지
저기 아름다운 커플은
김 익 택
저기 분홍 수국보다 아름다운 커플
추억이란 선물 알까
먼 훗날 오늘 하루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얼마나 짧고 소중했는지
매년 유월 수국은 피어도
매양 청춘이 아님을
안 그날 행복했음을
살면서 실망하고 불행하다 생각할 때
문득 뜬금없이 떠 올라
눈물 아니라 쓴 웃음을 지울 수 있을 때
삶이 헛되지 않음을
추억이 아름다움으로 기억되는 것을
저기
참 아름다운 커플은 알까
유월의 꽃 1
김 익 택
그해도 장미는 붉게 피었을 것이다
전쟁 포화속에서도
젊은 병사 가슴엔
부모형제 아내자식 얼굴이
눈물로 피었을 것이다
그립고 보고 싶을 땐
남몰래 돌아서서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다시는 못 볼까 억울해서
펑펑 울었을 것이다
누가 뭐라해도
그해 유월의 꽃은
사랑 애정 행복 열정
젊은 병사 가슴에 붉게 핀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