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핀다

 

김 익 택 

 

 

 

 

아직도 

봄은 먼데

악전고투로

매화가 핀다

 

꽃 지고 나면

잎 돋고

잎 지고 나면

열매 맺는

가을 꿈을 안고 핀다

 

메마른 가지에

옹기종기 조잘대는 

햇병아리 같이

매화가 핀다

 

설날 아침에

 

 

 

김해건설공고매화

 

 

김 익 택 

 

 

 

 

수령 80

늙어도 향기롭고

더 맑고 밝게 피는 꽃이

너 말고 또 있을까

 

모진 눈바람에

거기 그대로

가만 있어도

지치는 허약한 몸

 

거죽때기같은 피부에

거머리같이 붙은 푸른 이끼

속살에 파고 들고

온갖 곤충 애벌레

푸석한 골다공증에 움막을 지어

파 먹고 버린 살점 검게 썩어 문드러져도

 

피는 꽃은

젊은 어느 나무보다

향기롭고 해맑다 

 

해마다 겨울은

산통같이 삶을 실험해도

아프면서 성장하는 아이같이

 

괜히 웃는 일 단 한번도 없다

 

 

 

매화 피는 길에

 

 

김 익 택

 

 

 

 

 

겨울 꽁지따라

오는 봄이

강 바람을 밀어내고

봄빛이 매화 가지에 앉아 

오래 기다렸다

고생했다

꽃 몽우리를 달랜다

 

 

 

봄 매화를 재촉하다

 

 

김 익 택 

 

 

 

 

햇살 속 봄 빛이

피워도 괜찮다

걱정 말라며

매화를 재촉한다

 

겨울에 핀

매화를 보고

아름답다

향기롭다

눈 있으면

절로 나오는 말

 

아니

칭찬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아도

소심껏  피어서

 

보는 사람 가슴에

꽃을 심고 

향기를 심고

사랑을 심는다

 

 

 

 

고 매화

 

 

김 익 택 

 

 

 

 

 

 

뿌리부터

가지까지

온 통 썩은

매화나무 한 거루

푸른 이끼가 청춘이다

용케 산

가지 그 끝에

활짝 핀 꽃송이

옛 선비

덕망같이

향기가 그윽하다

 

 

 

 

 

 

 

 

 

 

 

 

 

 

 

 

 

고매화의 의

 

김 익 택 

 

 

 

 

썩고 뒤틀린

네 몸을 보면

말하지 않아도 알지

그래도

기어코 피고 마는 걸 보면

그대는

아집과 시기와 모함

그 한가운데

정의를 의심하지 않은 것이지

하물며

사람이 가져야 할 도의

사람이 지켜야 할 의를

저버린 것이 그대만 못해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지와 예

벗으로 여긴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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