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과 썰물 그 속에는
김 익 택
오늘은 바다가 참 기분이 좋은가 보다
올 때도 웃고 갈 때도 웃는 걸 보면
산속에 앉은 섬세한 화가 손길같이
숲 속을 거니는 서정시인 글귀같이
그림 하나하나 단순한 가운데 정감이 흐르고
미려한 가운데 외롭다
리듬이 있어도 감흥이 있었던가
소리는 있어도 감정이 있었던가
시간되면 밀려오고 밀려가는 마냥 같은 소리
그 속에서 남몰래
심장을 건드리는 그림을 낳고 있었던가
고사리 손으로 만져도 부서지는 모래알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어 참 고운 마음을 그려 놓았다
우리 이제 아프게 하지 말자
김 익 택
허구하게 많은 평범한
너와 나와 사랑 얘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데
왜 이렇게 어려워
너도 나 좋아 하잖아
사랑한다 말 하기전에
우정이 아프다고 해
지금도 내 눈에는 너의 미소
내 귀에 너의 맑은 소리
그냥 보이지 않고 그냥 들리지 않아
아름다워 보이고 예쁘게 들리는 것도 모자라
마음이 저리는 걸
좋아하면서 참고
사랑하면서 외면하는 거
너는 될지 몰라도 나는 그것이 안돼
참는다고 사랑이 우정이 될 수 없어
이제는 사랑의 굴레가 되는 것이 싫어
너도 알잖아
말처럼 쉽게 안 되는 거
나에게 너는 사랑일 뿐
나에게 우정은
평생을 두고 지독한 아픔
네가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사랑한다는 건
나를 속이고 사랑을 속이는 일
죽음을 두고 말해도 후회는 없어
사랑한다면
우리 이제 서로 아프게 하지 말자
너도 나도 우리도
김 익 택
쌀쌀한 바람이 불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어
뿌리를 가진 나무들은
물을 빨아드리고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어
풀들은 움을 틔우고
세상이 변하고 있어
진실을 알고 정의를 아는 삶들을
태양이 부르고 있어
무서워서 움츠리고 있는
양심을 숨기지 말고
내 안에 용기는 분출해야 해
너도 나도 우리도
희망의 불씨에 불을 밝혀
정의는 쟁취하고 사랑은 베풀어야 해
이제 더는 양심을 속이지 마
진실을 외면하면 사랑이 죽고
정의를 외면하면 자유가 죽어
과감한 용기가 필요해
우리 모두 도전이 필요해
지식은 사용해야 지혜가 발전하고
정의는 지켜야 자유가 아름다운 거야
잘 살기 위해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행복하기 위해
양심을 바로 세워야 해
나쁜 짓을 하고
뉘우치지 않는 자 악의 무리들에게
정의의 법으로 심판하고
뉘우치는 자에게
너그러운 용서를 해야 해
사랑과 행복은 끝없는
노력이 없이는 불 가능해
자유민주평화는 끊임없이 전진이 해야 해
너와 나 우리를 위해
세계 인류를 위해
전진하고 전진하는 거야
기억해요 그 날을
김 익 택
기억해요 함박 눈이 내리는 날
경복궁에서
검은 코트와 하얀 눈
그대 참 돋보였지요
안녕하세요
상냥한 인사말을 하는
맑은 눈동자
복숭아 같이 빨간 볼
코 잔등에 눈 녹은 물방울
얼마나 예뻤는지
걸어 다니는 한송이 꽃이었지요
보지 못했지만
천사가 그대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하늘로 훨훨 날라 가 버릴까
자꾸 하늘을 쳐다보게 되더라고요
사랑하는 사이는 못 되더라도 친구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지요
교회를 다니지 않았지만
기도를 하고 싶었어요
두 손이 꽁꽁 얼어도 추운 줄 모르고
신발이 젖어도 시린 줄 몰랐지요
세상이 달라 보였지요
푸른 소나무에 쌓인 하얀 눈
검은 기와지붕에 쌓인 눈
돌 담장에 쌓인 눈
그대 검은 머리카락에 흩뿌리는 눈
모두 우리를 위해 내리는 축복 같았지요
주제 넘게 그대가 하얀 드레스를 입고
나를 향해 걸어오는 모습을 상상했지요
꿈만 같았지요
그대 모르겠지만
함께 있음이 고마워
하늘을 보며 감사의 말을 몇 번을
되 뇌였는지
군번까지 가물가물 해지는 세월에도
해마다 눈이 오면 늙지 그대 생각에
쓴 웃음 짓곤 합니다
소나무 처사
김 익 택
고개 숙이지 마세요 당신 잘못 아닙니다
눈 있는 사람 정신 차리라고 부처님이
소나무에게 보초를 세운 겁니다
머리도 아픔을 알아야 하고 정신 차릴 줄 알아야 하지요
그가 살아 할 이유 충분합니다
그도 수십년 사느라 고생했고 앞으로 몇 백년을 더 살텐데
주의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죽을 수 없지요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전해준 스님의 설법을
처사님 보다 수 천 번 더 들었을 겁니다
저 나무속에는 처사님 보다 더 아름다운
숨결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평생 고기 먹지 않고 물만 먹고 살면서
탄소는 소화하고 맑은 공기를 배출하는 것을 보면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한결같이
푸른 기상을 평생 보시하고 살지요
처사님 그늘에 앉아서 바람소리를 들어보세요
가슴이 편안했다면 처사님은 이미 그의 보시를 받은 것입니다
바람소리가 아름답다면 이미 소리로 위로 한 것입니다
관심 없으면 보이지 않는 바람도 구름도 모르게
달에게 실어 보낸 마음
김 익 택
그대 내 목소리 들리나요
매일 밤마다 그대 안녕을 묻는 소리를
그대 잠 안 오면 밖을 나와 달을 보세요
구름에 가리다 흘러 간 뒤
나와서 미소 짓는 달을 보세요
달이 미소를 보내면 내가 웃고
쓸쓸해 보이면 그리워하고 있음을
그대 만날 수 없는 나는
달을 보며 내 맘을 전하곤 합니다
그대 어디선가
저 달을 보고 그대 내 마음을
느낄 수 있음을 생각하며
설레곤 합니다
만나서 볼 수 없지만
고함도 치고 속삭여도 보고 기도도 합니다
단 한번도 답장 없었지만
당신을 보는 듯 달을 보며 마음을 전합니다
난 아파도 그대는 건강했으면
난 슬퍼도 그대는 행복했으면
하는 맘 빌어 봅니다
기억은 세월이 흘러도 언제나 오늘입니다
김 익 택
기억은 세월 흘러도 언제나 오늘입니다
아주 오랜 세월 흘러도
처음 본 그날의 소녀 앞에 소년이
부끄러워 말 못하고 서 있습니다
통통 뛰어가는 발걸음에
찰랑찰랑 대는 단발머리
소녀가 걸어가는 돌담 길에는
민들레도 웃고 놀란 노랑 나비도
소녀 발걸음 마냥 가벼웠지요
소녀는 소년에게 사람 아닌 천사였습니다
세월지나 지팡이를 짓고 다녀도
아름다운 꿈 아닌 현실
단 한번 손잡아보지 못해도
가슴에 살고 가슴에서 죽는
또 하나의 삶이며 사랑입니다
딸 아들 낳고 사는 부부보다 순결한
변치 않는 그리움입니다
노랑 민들레의 애환
김 익 택
길가에 노랑 민들레
오들오들 떨고 있었지
노란 병아리가
톡톡 꽃잎을 쪼았지
먹어야 사는 이치
모르는 바 아니지만
너에게 실험은
나에게 죽음이라고
노랑 꽃 민들레는
제발 그만두라고 했지
봄이라지만
이직도 아침저녁은
영하 날씨
온 몸이 얼어 아픈데
봄을 맞이 하기전에
꽃 잎을 쪼면
나는 어떡하냐고
선잠 깬 뒤에
김 익 택
풀지못할 인생 만다라 그림같은 천정벽지가
내 몽롱한 정신세계가 어지럽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 무엇이 옳고 그름인지
예측불가가 어두운 밤같이 캄캄하다
보였다 희미했다가 어지럽게 하는 천정벽지가
내가 모르는 내일 일을 암시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눈 감아도 불을 꺼도 말똥말똥한 정신은
생각없이 계획없이 잠들었던 과거를 돌아갈 줄 모른다
이불만 뒤척이고 있는 나를 조롱하는듯
해답 없고 대답 없는 긴 시간 찜찜한 기분
억누르지 못해 한숨으로 검은 밤 채운다
아리랑 감동
김 익 택
듣고 또 들어도 가슴이 뭉클한 것은
오래전 돌아가신 내 아버지를 보는 듯
듣고 또 들어도 포근한 것은
오래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난 듯
듣고 또 들어도 그리운 것은
오래전 소식이 끊긴 옛 동무를 만난 듯
듣고 또 들어도 아늑한 것은
오래전 잊고 있었던 고향에 돌아온 듯
슬프고 아파도 듣고 또 듣고 싶은 건
친구가 되고 애인이 되고 어머니가 되는 것은
나만 그럴까
내가 한국 사람이라 그럴까
아니지 아닐꺼야
연주이던 판소리이던
한 번 들어본 사람이라면
너도 나도 우리도
듣고 또 들어도 아름다운
슬퍼도 치유되고 아파도 치유되는
인생의 노래라서
Forestella/Heal the world
김 익 택
눈 앞에 보이지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이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나요
그 무엇 하나 뚜렷하게 잡히는 것 없는
가슴 벅차는
이 희망은 무엇인가요
만질 수도 가질 수 없는 상상밖의 일
할 수 있다는
이 용기는 무슨 자만 입니까
얼굴에 꽃이 피고
가슴에 가득 찬
향기를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어느 누가
감동하라 부담 같은 것 갖지 마
강요도 청유도 없었지만
그대들의 위력에 내가
감동의 도가니에 빠지고 말았네요
이것이 노력의 끝 진심의 위력인가요
음표를 보고도 일자무식 가슴에
사랑을 가득 채우는 걸 보면
Jackson brown/The load out stay
김 익 택
인간의 고뇌 모두 짊어진
묵직한 깊고 우울한 목소리
그들에게 희망 실은 노래가 있지
추억속을 달리는
흥겨운 가락속의 인생 여행은
아프지만 아름다운 그리움
피아노 울리는 미묘한 서정이 있지
여행은 떨쳐버릴 수 없는
고생속에 달콤한 추억이 있지
풍경이 다르고 사람이 다르고
환경이 달라도
때와 장소 가리지 않는
노래가 있고 관중이 있지
들으면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는
누에고치의 거룩한 희생
김 익 택
정신과 영혼까지 다 받처
찬란한 봄까지
겨울 나기위해 하얀 집을 지었어
내 삶의 우주는 좁았지만 행복했어
그런데 내가 지은 내 요람은
내가 세상 밖을 나가지도 못하고
지은 죄 모르고 이유도 모르는 채
펄펄 끓는 물에 죽임을 당했어
내 불행한 죽음은
그네들에게 거룩함 일지라도
억울한 것인데 생명의 고귀함을 무시했어
그들은 내가 영혼까지 토해 만든
나의 하얀 집은 해체 해
실 오라기 한올한올 그네들에게 요람을 만들고
그네들의 천사날개를 만들었어
이 땅에 다시없는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그네들의 삶의 필수 의식주
그 첫번째 옷를
Sarah brightman/Scarborough fair
김 익 택
참 곱기도 하지
네 목소리의 향기가
나비가 날아오고 있네요
초록 햇살이 초대하고
분홍 바람이
황금이끼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왈츠 춤을 추고 있네요
참 예쁘기도 하지
흐르는 냇물에 구름에 흘러가고
흘러가는 구름에 노래가 흘러가네요
무게도 없는 그리움을 싣고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듯
토란잎에 물방울이
소리 날개를 달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