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웃으니 사람이 웃는다
김 익 택
매화가 웃으니
사람이 웃고
사람이 웃으니
매화가 웃는다
그대 매화 속에
있으니
꽃이 사람이고
사람이 꽃이다
아픔 이겨내고
어렵게 피었어도
꽃의 의무
소흘하지 않으니
그것 또한 서로
닮았다 아니할 수 없으리
보이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피었어도
꽃과 향기
그 옛날 어느 선비
인품처럼 고결해
눈가진 삶들은
고마움 잃지 않고
코가진 삶들은
진솔한 인사 잊지 않고
감사의 말
아니 할 수 없는 것이지
첫 만남
김 익 택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눈 속에서 피는
한 송이 매화였다
서툰 만남은
무슨 말을 해도 서툴렀고
쉽게 할 수 있는 말들조차
국어사전에서 찾지 못할 단어가 됐다
안절부절 못하는
시간은
길어도 짧았고
짧아도 길었다
마땅히 할 말을 잃은 나는
그대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묵묵히 지켜보는
그 것 밖에
그대와 나사이
빈 공간이 어색해서
궁여지책으로 나온 말
역시 상투적인 물음이어서
바보가 아닌 바보되었고
돌아오는 길에 홀로
하공에
발길 앞에
사랑해 사랑한다고
자책하는 나는
타인 아닌 타인이 될 수 밖에
기다리는 동안
김 익 택
차량의 불빛이 머무는
극장 모퉁이
그대를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고 초조하지만
저 담 모퉁이 어디에서 불쑥 나타날 것 같아
한 순간 눈을 뗄 수 없었는데
매몰차게 부는 바람마저 설레게 했지
그대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마음은 온통 겨울의 안방의 따스한 구들장
눈 길 머무는 자리마다
그대가 웃으며 나타날 것 같아서
발가락은 시린데 가슴은 두근거렸지
제각기 제품을 돋보이게 위한 상점의 불빛도
유혹하는 술집간판의 네온사인도
그대를 기다리는 동안은
모두 그대의 얼굴 미소를 머금다가 안절부절 못했지
그대를 기다리는 동안은
사랑은
김 익 택
슬픔과 위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서로 다독거려주며 주고 받는 말
잘 될 것이다
남보다 앞서지도 말고 뒤쳐지지도 말고
매사에 무사 안일하게 적당하게 살지 마라
치열한 삶
피 터지는 노력 없이는 네가 설 자리는
모래성이다
사랑은 아니다
마음으로 흐르는 바람이다
기쁨이고 감격이고 슬픔이고 눈물이다
위대한 학문의 소유자가 아니어도
정신적인 지주자가 아니어도
내 삶 내 맘 다 주어도 아깝지 않는
내 혼을 쓰다듬어 주는 서글서글한 눈빛
풀잎을 쓰다듬는 목소리
미처 가슴을 여미지 못한 나머지
눈물 나는
바람이고 싶고 사랑이고 싶다
가진 것 없고 가질 것이 없어도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영혼의 소유
인연 닿아
그 사랑 만날 수 있다면
나는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도 부럽지 않다
아니 나는 이미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다
사랑인가
김 익 택
너만
보고 있으면
춥지도 않는데 떨리고
죄 지은 것도 없는데 자꾸 떨린다
너만
보고 있으면
할 말이 너무 많은데
생각나지 않아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니 할말이 딱 하나 있는데
네가 어떻게 받아 들릴지
겁이 나서 차마 그 말을 못하겠어
그 말을 못해서 가슴이 답답하고 아파······
누구에게 마구 맞은 아닌데 시리고 아파
너만
보고 있으면
걷는 것도
말 하는 것도
눈에 비치는 풍경도
모두 의미를 잊은 채
오직 너의 행동 네가 하는 말을 쫓느라고
내 생각을 잊어버리게 돼
너만
보고 있으면
내가 자꾸
불안해서 안절부절 못하겠어
얼굴을 보고 있는데
자꾸 심장이 쿵쿵거려
돌아서서 침을 삼키고 헛기침을 해도
다리가 후들거려서
걷지를 못하겠어······
너만
보고 있으면
마냥 좋고 뿌듯한데
자꾸 하늘을 쳐다보게 되고
하지 못한 말과 묻지 못한 말들을 하늘에 풀어놓게 돼
이런 내 맘
나도 모르겠어 내가 왜 이러는지
밉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그래
그런데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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