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김 익 택
눈 비 오고
얼음 녹고
추워도 기꺼이 오고 마는
우울해도
환하게 오는
시린 찬바람에
손마디가 얼어 터져도
땅속의 하늘 이야기를
차가운 머리로
따뜻한 가슴으로
온 몸 환하게 화하여
두뇌 가진 그들에게
삶의 맑음을
몸 소 헌납 하고 있다
금시당 백매화의 아침 인사
김 익 택
꿈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세월
오백년 은행나무는 말이 없고
그분이 글을 읽고 시를 읊던
금시당 백곡재 현판에
하얀 글씨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다만 그분의 인격인 듯
인품인 듯 전하려는 듯
삼백년 매화 향기는
청마루에 가득하고
창호지 방문살에 길게 드리운
가지에 끝에 활짝 핀 매화가
아침 문안 인사 하는 듯
허리 굽혀 방문을 바라보고 있다
설중매
김 익 택
어디 사는 누구한테
얼마나 보고파서
얼마나 보여주고 싶어서
잎도 피기 전에 피는가
얼마나 기다렸고
얼마나 사랑했길래
잔설 뚫고
직설 머리에 이고
모진 눈보라 마다 않고
눈물 뚝뚝 흘리며 피는가
매화 전생에 너는
김 익 택
전생에 너는
아마도
지독하게 사람들을 무시했으리라
아니면 평생 그리움에 지친
그 무엇 이었으리라
그렇지 않고서 야
서릿발 추위에
보는 사람사람
입술이 떨리도록 붉어서
코끝이 찡하도록 향기로운
그리움을 드리우지 않으리라
매화가 피어도 겨울
김 익 택
겨울이 겨울 같지 않는 날씨
매화가 착각한 것인가
계절이 성급한 것인가
춘분이 오기 전
매화가 활짝 피어서
겨울 속에 봄을 맞이하고 있다
1월말과 2월초는
매화가 피어도 겨울
갑작스런 강추위에 얼어 죽지 않는다
누가 말 할 수 있을까
삭막한 계절에
꽃이 피워 반갑지만
관심 있는 곳에 사랑 있어
안쓰러움 또한 어쩔 수 없다
매화가 활기차게 향기로 맞이해도
가슴이 놓이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