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사 배롱나무 연등
김 익 택
만연사 배롱나무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아름다운 여인의 나신 같이
그 자체가 미학이다
눈 내리는
한 겨울
매끄러운 가지마다
쌓이는 눈은
꽃보다 순결하고
가지에 매달린
붉은 연등에 쌓인
하얀 눈은
너무 해맑아
만지면 부서질까 때 묻을까
고결하다 못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