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정호 구절초
김 익 택
남 몰래 동경하는
첫 사랑 소녀같이
청순하고 순결한
옥정호 구절초는
노송이 할머니인가
휘어진 다리 붙잡고
새하얀 미소로
해맑게 웃고 있다
가을은 이별의 노래가 어울리지 않는다
김 익 택
가을이 마지막인 삶들
꽃 지고
열매 맺고
붉은 잎 하얗게 마르고
울음 소리 더 깊을 때
삶의 영속은
내가 아닌
내 씨앗들로 이어가는 삶
어우러진 삶
그 마지막
떠나야 아름다운
가을은
이별의 노래가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쓸쓸할 뿐
날마다 새로운 사랑을 꿈꾼다
김 익 택
구름에 꽃이 피고
서리에 이끼 끼고
바람이 녹스는 날
그런 날 오면
우리 만날 수 있을까
책 속에서 영화에서
신화처럼 만나는 사랑
아이 학생 청년 장년 노년 모두
변치 않는 꿈
나에게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맘
욕심일까
인문학 과학 인간 탐구
그것 말고
있는 듯 없는 듯
자연스럽게 이루어 지는 꿈
그도 아니면
무지몽매한 꿈
착각 속의 상상 엉뚱한 생각
기적처럼 만나 사랑하는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는
가을은 뒷 모습이 더 아름답다
김 익 택
눈이 열리고
귀 열리는 날
언제냐 물으면
나는 가을이라 하겠네
가을에 맺는
모든 곡물
여물게 익어서
모든 것 다 주고
미련 없이
빈손으로 떠나는 뒷모습
어찌 아름답다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일이면 닥쳐올
모진 비바람과 눈 보라
뻔히 알면서도
제 모든 것 다 내어주는
그 늠름함
어찌 가상하지 않고
은혜롭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