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매미소리

김 익 택

 

 

 

 

번데기 등 터지고 속살 드러내는

어두운 빈 밤

 

소리없이 우화하여 온몸 피돌기까지

짧아도 긴 시간

세상밖의 여행은 아픔이며 희망이다

 

우는 것인지 노래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땅속 칠년 참았던 소리

 

빛도 없는 밤에

고요히 잠든 아파트 밤을 설치게 하고 있다

 

 

매미의 항변

김 익 택

 

 

 

 

시끄럽다 하지 말고 듣기 싫다 하지 마세요

울어야 할 때 울어야 하고

노래부를 때 불러야 합니다

소리칠 때 소리쳐야 하고 속삭일 때 속삭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있어도 나는 없는 세상

종 한번 사라지면 복원 없습니다

즐겁고 신나서 부르는 노래 아니라

절규이며 희망입니다

우리들의 삶 생존 모르면 배척하지 마세요

지구상의 삶은 모두 귀중한 생명

매미가 왜 매미 입니까

맴맴맴 맴맴 그렇게 운다고 매미입니다

요즘 그렇게 우는 참매미 소리 들을 수 없습니다

요즘 아이들 매미는 알아도 참매미 소리 모릅니다

나 살려고 비겁한 항명 아니라

남은 종 그렇게 되지 않기를 간절한 바람입니다

여름 오후 고향풍경

 

김 익 택

 

 

 

 

 

진 초록속으로 들어간 바람이 숨을 멈추었다

보이지 않는 바람의 파장에 놀라

이슬이 나뭇잎에 툭 떨어졌다

의심 없는 매미가 세레나데를 불렀다

더 푸를 것도 없는 초록이 장마가 고개를 숙일 때까지

습도는 더위의 힘을 빌려 땅을 푹푹 삼았다

외줄을 타고 있는 호박은 소 불알처럼 처져 있고

세상 돌아가는 모르는 아이 코를 골았다

 

균 형

김 익 택

 

 

당신은 오늘 무엇을 했습니까?

오늘 하루 당신 아내도 바쁘지 않았을까요

당신 아이들은 오늘 하루 마냥 즐거웠을까요

아닐지 몰라도 고만고만한 고민 하나는 있었을 겁니다

 

사회는 그렇습니다

삶은 그런 것입니다

다 같은 하늘을 보고 있어도 시시각각 다르고

나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극히 좁은 것입니다

이해가 필요한 것입니다

길거리의 똥개가

그냥 심심해서 다니는 것이 아니지요

수백 번 코를 컹컹거리고 한쪽 다리들을 들고

가로수 여기저기 오줌을 찍찍 갈기는 것은

불안하지만 내 구역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태풍도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 소용돌이치고

비가 머리를 처박으며 자기 땅을 수호하게 하고

번개가 눈을 부릅뜨고 온 산하에 우레를 치는 것도

나를 지키기 위한 존재의 삶입니다

봄 어느 날

바람의 소용돌이에 못 이겨 하늘로 탈출한 황사가

하늘도 무겁다며 땅으로 퇴출시킵니다

죄 없는 허공은 온통 누렇게 뜬 누룩 같은 세상

 

사람들은

눈 코 입을 막고

비가 내리기를, 대지에 고이 잠들기를

숨죽여 기다립니다

힘은 언제나 강자의 것은 아니지요

그 힘의 균형을 깨는 것이 자연의 진리입니다

삶의 진리는 앎의 것이고 노력의 것이고 이해의 것입니다

강물에 휩쓸려간 폐허 위에서

묵묵히 복구하는 개미처럼 말입니다

 

 

자아 상실

 

김 익 택

 

 

 

나를 잊고

너를 찾는 일은

어지럼 속에 고요를 찾는 일

 

벽 보고 길을 찾고

눈 감고 책을 읽는 것은

아무나 하는 일 아닐 것인데

 

나는 오늘

나는 귀 닫고 눈뜬 채

달이 해를 갉아먹는 어두운 대낮에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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