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삼은정

삼은정 느낌 하나
김익택
몸이 편안하면 마음이 아프고
마음이 편안하면 몸이 편치 않으면
삶은 한순간도 노력하지 않으면
희망의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나이가 들어보니 알겠다
빛이 전하고 바람이 전하는 삶의 진실을
시대를 초월해
교감하고 공유한다는 것은
지식과 지혜로 무장한 그분의 정신도
세월에 바래진다는 것을
저 현판의 새겨 놓은 글 하나하나는
말은 잊어도 기록으로 남기고
삶은 죽어도 정신으로
이어 나가기를 바라는 소망이리라



삼은정 연지에서 01
김익택
땅을 파서 연지 만들고
연을 심고 붓꽃을 심고
그 중앙에 섬을 만들어
외나무다리 하나 걸쳐놓았다
이승과 자승을 드나들듯
발걸음도 조심조심
임을 만나러 가듯
마음도 가짐도 조심조심
그 옛날 선비 모습 내 눈에 선하다




삼은정 연지 모습
김익택
연지를 바라보고 있는
향나무는
산발한 귀신 머리 같고
동백꽃은
미친 여자 머리에 꽂은 것 어수선하다
연지 섬에 웃자란 목백일홍은
사랑도 잃고 꿈도 잃은
집 나간 선비 상투같이 헝클어져 있다






삼은정 봄 풍경
김익택
주인을 잃은 집 안 마당은
영혼 없는 삶들이
여기저기
맨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점령하고 있고
허물어진 돌담을 점령한 넝쿨은
마당을 넘어
삼은정 처마를 바라보고 있다




삼은정의 향나무
김익택
속은 텅텅 비어 껍질만 남은 세월
몇백 년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의 삶
그 마지막엔
향이 되어 사르는 너는
삶과 영혼의 매개체가 되는 것인데
주인없어 삶의 의지를 잃어서 일까
허리 굽고 다리 썩어
지팡이 없으면 금방 쓰러지는 몸
남은 껍질마저
황금 이끼가 꽃을 피우고 있다
그래도 잃지 않는 일편단심은
오래전에 주인 없는 빈방
삼은정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
인의예지 가르침 다름 아니다



삼은정 샘터
김익택
샘터를 지키는 삼신할미같이
향나무가 지키고 있은
삼은정 샘물은
덧없는 세월에도 여전히 솟아
찾아오는 목마른 사람
약이 되고 생명수가 되어
옳고 그름 삶을 가리지 않고
마음껏 내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