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촌의 가족

분산성 복숭아꽃

IT Kim 2025. 5. 28. 22:22

분산성 복숭아꽃과 아내

김익택

 

 

산 죽대 사이 홀로

뿌리내리고 살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

어느 누가 너를 가엾게 여겨

돌보지 않는데도

올해도 어김없이 예쁘게 피웠네

 

산 복숭아꽃을 보고 아내가 하는

그 말속에

다리 아프고 숨 가쁜

원망도 있고

세월의 무심함도 묻어있다

 

누구를 탓하지 않지만

탓으로 들리는 말에

지켜보고 있는 내가 미안하다

분산성에 앉아

김익택

 

 

켜켜이 쌓여 있는 책장 같은

김해 분산성에 앉아 있으면

 

눈 아래 흘러가는 낙동강이

다이아몬드같이 반짝이고 있다

 

그 곁에 김해평야 역시

하얀 비닐이

삶의 반응같이 반짝이고 있다

 

그 너머 다대포에 선박들이

하늘에 떠다니고 있다

분산성과 산 복숭아꽃

김익택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아이들은 부르는 노래에

문득 고향이 그리운데

 

연인들은 성벽에 기대어 핀

복숭아꽃 맹세를 알까

오늘을

잊지 않으려는 듯 사진을 담는다

벚꽃 피는 봄이 오면

김익택

 

 

벚꽃 피는 봄이 오면

내가

무엇에게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벚나무를 심은 사람

꽃을 피운 벚나무

그리고 토양과 하늘

어느 하나가

모자라도

피울 수 없는 조건이다

 

눈과 코

입과 귀를 가진 나

고마움을

누구에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 아닌 사람들도

이 기쁨을 누렸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밖에